피에르 불레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네빌 매리너…. 이들은 올해 타계한 세계적인 지휘자들이다. 타계 당시 각각 91세, 87세, 92세였다.
이들과 비슷하게 20세기 중반부터 활약했던 80대의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잇달아 한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먼저 국내 팬들을 찾는 지휘자는 26, 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독일 밤베르크 교향악단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89)다. 그의 한국 무대는 처음이다. 1927년에 태어난 블롬스테트는 스타니스와프 스크로바체프스키(93), 조르주 프레트르(92)와 함께 현역으로 활동하는 1920년대생 지휘자 중 한 명이다. 최근에도 백스테이지에서 지휘대까지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 아흔을 앞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폴란드의 작곡가 겸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83)는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와 함께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문화회관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펜데레츠키는 ‘폴란드의 음악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거장이다. 1960년 관현악곡 ‘아나클라시스’,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 등으로 독자적인 작곡 기법을 선보였다. 펜데레츠키는 한국 정부의 위촉으로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 교향곡 5번 ‘코리아’를 작곡하기도 했다. 30일 협연하는 류재준의 마림바 협주곡은 한국의 마림비스트 한문경이 연주한다.
미국 지휘자 데이비드 진먼(80)은 창단 90주년을 맞은 일본의 NHK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음 달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원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진먼은 100여 장의 앨범을 녹음했고, 5차례 그래미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권위의 음반상을 휩쓸었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는 “성악가나 연주자와 달리 지휘자는 시간이 갈수록 연륜이 쌓이기 때문에 80대에도 체력만 허락한다면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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