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흐림. 소화전. #226 Bob Dylan ‘Subterranean Homesick Blues’(1965년)
‘소오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계기로 요즘 말마따나 ‘소오름’ 돋는 노랫말을 만났다. 밥 딜런이 무려 반세기 전인 1965년에 발표한 ‘Subterranean Homesick Blues’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한 것이다.
‘…소방호스 들고 다니는/사람들 곁에 있지 마라/콧물이나 잘 닦고/수수한 옷차림 하도록 해라/바람 방향 알고 싶다고/일기예보관 믿지 마라….’
1960년대 미국 시민권 운동 당시 경찰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경찰견을 풀고 소방용 호스로 물을 고압 분사해 사람들을 쓰러뜨렸다고 한다. ‘바람 방향 알고 싶다고/일기예보관 믿지 마라’는 ‘대답은 바람에 나부낀다네’라고 노래하는 ‘Blowin' in the Wind’(1963년)와 연결된다. 일기예보관은 누굴까.
최초의 랩이 담긴 곡, 최초로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노래는? 공인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음악 역사가들은 ‘Subterranean…’을 그 유력 후보로 꼽는다. 유튜브에서 그 비디오를 보자. 화면 앞에서 딜런은 노래가 진행됨에 따라 해당되는 각운(脚韻)이 적힌 종이카드를 차례로 땅에 떨어뜨린다. 노래는 랩처럼 빠르게 깔린다.
‘조니는 지하실에서/약을 섞어 만들고 있고/나는 보도 위에서/정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너구리 모자 쓴 저 아저씨/11달러짜리 지폐 원하는데/넌 10달러짜리밖에 없네.’
자동기술법으로 쓴 듯한 노랫말은 정신머리 없이도 질주한다. ‘음유시인 밥 딜런’의 저자 손광수 씨는 ‘이 노래에서 쉴 새 없이 속사포처럼 쏘아 대는 진술과 이미지들 속에서 의미 파악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노래 속엔 어떤 감춰진 대립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지하에서 고향 그리는 노래’에서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실은 원래 자기 땅이었던 지상을 그리워하며 현재 지상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자들을 꼬집는다.
딜런이 만약 요즘 한국에 살았다면 십중팔구 요주의 인물이 됐을 거라는 말이 들린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 불이 났다. 타는 냄새는 나는데 소방호스 든 사람은 무슨 불을 끄러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소심한 나로선 남을 비판하기 전에 늘 자신부터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한심하고 나태한 사람인가. 정의를 운운할 정도로 정의로운 인물인가.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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