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잠들다. 그는 많은 잠재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스리니바산 필레이는 ‘두려움’이란 책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묘비명의 예를 이렇게 들었다. 잠재력만 갖고 정작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한 삶에 대해 말한 것이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좋은 변화도 있겠지만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인수합병, 감원, 부서 조정 등 불안한 변화들을 더 자주 접한다. 이런 변화에 직장인은 일희일비한다. 이번에 살아남아도 몇 년 뒤를 알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이런 변화에 직장인이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어 보인다. 앞으로 이런 변화가 줄어들까. 계속될 것이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구조 또한 급격히 바뀔 것이다.
내가 속한 조직의 변화에는 촉각을 세우면서도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 업무와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벅차고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더이상 직장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직장에 기대는 일 외에 달리 별로 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의 잠재력과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변화를 원해?”라는 질문에 우리는 남들이 나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변화만 생각한다. 누가 나를 좋은 곳에 배치해주고, 월급을 더 주고, 승진시켜 주면 좋겠다고.
자신이 원하고 또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좀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체력이 될 수도 있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나 자신이 독립적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더 나아지고 싶은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이런 변화를 스스로 추구할 때, 조직의 변화에서도 더 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변화의 목표가 서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최근작 ‘트리거’를 통해 ‘변화의 바퀴’라는 개념을 소개했는데, 여기에서 제시하는 변화의 네 가지 축을 우리에게 적용해보자.
첫째, 새롭게 시작하고 만들어야 할 것(creating)이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용돈을 아껴 새로운 교육과정에 등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동영상 강의를 들어보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모델로 삼는 전문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보는 것일 수도 있다.
둘째, 내가 해오던 것 중 없애는 일(eliminating)이다. 술을 끊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늦게 잠들거나 집에 늦게 들어가는 습관일 수도 있으며, 주말에 일하는 습관일 수도 있다.
셋째, 내가 해오던 것 중 잘 보존해야 할 것을 찾는 일(preserving)이다. 해오던 것 중에 내가 바라는 변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어학공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매일 하던 운동을 더 열심히 지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을 확인하는 일(accepting)이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변화를 늦춰야 할 것도 있다. 대학원을 다니고 싶지만, 사정상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거나 입학 시기를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을 명확히 할 때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필레이 교수는 ‘내 삶이 더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만들어내고 싶은 변화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자주 생각해야 그에 맞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에 정확한 변화의 방향을 전달하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바흐 연주로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이미 최고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는 매일 아침 바흐의 음악을 연습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기립박수 속에서 앙코르만 다섯 곡을 요청받은 그를 보면서 나는 매일 무엇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할지 생각했다. 잠재력만 있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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