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서 있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방석 하나 정도의 크기면 충분하고, 사람이 100년을 살면 누구라도 그에게 장수했노라고 말한다. 아무리 몸집이 큰 사람이라도 그가 차지하는 공간은 한정이 있고, 역사 속의 아무리 훌륭했던 인물이라도 천년만년을 살아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진리를 조선 말기의 학자 전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말하였다.
“땅은 사방으로 넓고 시간은 만세토록 영원한데 사람이 머무르는 것은 자리 하나와 백 년에 불과하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살펴보면 나라 간의 전쟁은 달팽이의 양쪽 뿔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두 나라의 싸움에 불과하며(와각지쟁·蝸角之爭), 영겁의 시간 속에서 사람의 일생은 눈 한 번 깜작하는 것에도 비교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인 사람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며, 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위의 말은 이에 대해 전우가 제시한 해답이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방식이 있다. 짧은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짧기 때문에 더욱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또 덧없는 인생 아등바등할 것 없다고도 하고,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기도 한다. 여러 방식 중에 절대적 진리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머문 자리의 자취가 누군가의 삶의 지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어디에 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거창하게 온 사방에 적용되거나 만세토록 영원할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우(田愚·1841∼1922)의 본관은 담양(潭陽), 호는 간재(艮齋)이다. 조선 말기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말년을 보냈다. 평생 학문에 종사하며 기호학맥(畿湖學脈)을 계승하였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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