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씨의 새 소설은 뒷골목 건달 이야기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는 작가답게 천 씨는 ‘건달의 세상’을 흥겹게 풀었다. 마침 최근 나온 김언수 씨의 ‘뜨거운 피’도 건달 이야기여서 자연스럽게 나란히 놓이는데, 김 씨의 ‘뜨거운 피’가 비장하다면 천 씨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유머러스한 쪽이다.
뒤표지의 줄거리 소개는 ‘어린 건달 울트라는 … 우연히 종마를 훔쳐 와 몰래 키우게 된다’로 시작되지만, 울트라가 종마를 훔쳐 오기까지 이야기 전개는 복잡하다. 인천 연안파 두목 ‘양 사장’이 성인오락물 사업의 바지사장으로 앉힐 ‘뜨끈이’를 찾지만, 뜨끈이는 사채업자 ‘박 감독’에게 사기를 치고 베트남으로 도망가 있다. 여기에 양 사장이 20억 원짜리 밀수 다이아몬드를 빼돌리려는 작업도 한다.
양 사장의 부하 원봉이 경마 결과를 조작하고자 행동대원 ‘종식’을 동원하는데, 여기에 끼어든 어린 건달 ‘울트라’가 종식에게 선물을 준다며 말 한 마리를 훔쳐 온다. 하필 이 종마의 주인이 부산의 조폭 두목 ‘손 회장’이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워낙 많은 건달들이 등장해 이야기에 익숙하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일단 이야기에 올라타면 유쾌하게 흘러간다. 카카오페이지에 4개월 동안 연재했던 작품답게 속도가 빠르고 대화가 많아 읽기가 수월하다. 영화나 만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전개는 웹소설과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만하다.
원하는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건달들의 이야기는 제목대로 ‘이것이 남자의 세상’임을 보여준다. 좌충우돌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선, 우리 삶이 그들처럼 피가 튀진 않더라도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임이 드러난다. 제목은 미국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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