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한국관객의 특징은 반찬 많은 한식과 같아 해외서 단순했던 무대-의상도 다양화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MK 엄홍현 대표

엄홍현 EMK 대표는 “공연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기에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해온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DB
엄홍현 EMK 대표는 “공연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기에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해온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DB
  ‘마타하리’ ‘엘리자벳’ ‘레베카’ ‘모차르트’ ‘몬테 크리스토’….

 이 대형 뮤지컬들을 잇달아 히트시킨 공연 제작사는 EMK다. 2010년 설립돼 여타의 뮤지컬 제작사보다 역사는 짧지만 굵직한 작품들을 잇달아 흥행시키면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엄홍현 대표(40)는 EMK의 흥행 포인트에 대해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췄다”고 요약했다.

 “외국에서 성공한 작품들이 한국으로 오면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현지에선 인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주목을 못 받는 작품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국 뮤지컬을 들여오되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자고 마음먹었어요.”

 대부분의 제작사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을 ‘풀 라이선스’로 들여와 모방하듯 무대에 올리던 것과는 다른 시도였다.

 음악과 대본, 무대와 의상, 소품 하나하나 우리 관객의 성향에 맞추고자 했다. “가령 한식을 보면 반찬이 많이 나옵니다. 한식만의 특징이죠. 우리 관객의 특징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해외에선 단순했던 무대나 의상을 국내에선 다양하게 변주했습니다.” 음악도 한국 정서에 맞춰 원곡의 템포를 바꾸고 높낮이도 달리 했다.

 플롯에도 변화를 줬다. ‘몬테 크리스토’의 해외 버전은 2시간 50분에 달했지만 한국 무대에 올릴 때는 2시간 20분으로 확 줄였다. 빠른 전개와 속도감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의 취향을 고려해서였다. 몬테 크리스토와 여주인공 메르세데스가 왜 사랑을 하게 됐는지, 몬테 크리스토가 왜 복수를 하게 됐는지에 대한 사연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외국 무대와 달리 사랑과 복수 장면을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 “외국 버전에선 2막에서 무희들이 춤추는 장면이 짧고 단순하게 나오는데, 우리 무대로 옮겨오면서 화려하게, 흥을 신나게 돋우는 쪽으로 강조했습니다. 흥이 많은 우리 관객들의 특징을 염두에 둔 거지요.”

 그는 뮤지컬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와 30대가 뮤지컬 주요 관객층이긴 해도 이들만 타깃으로 삼기보다는 관객층을 넓혀야 합니다. 흥행작들의 관객 분포를 보면 20, 30대는 60% 정도, 나머지가 40%를 차지해요.” 40, 50대와 그 이상 연령층까지도 흡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위해 솔로곡이 아니라 합창이 동반되는 노래를 들려주는 데 주력한다고 했다. 20, 30대는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한 곡’을 중요하게 여기는 팬심에 기대지만 중장년층은 분위기를 띄우는 음악을 선호해서다.

 엄 대표는 “최근 공연된 ‘마타하리’가 초연이었는데도 유료 관객이 13만 명이나 들어 보람이 컸다”면서 “내년에 업그레이드해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웃는 남자’ ‘베토벤’ 등 창작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창작뮤지컬을 외국에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게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mk#엄홍현#뮤지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