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섬싱 로튼’의 황당무계함이 지친 사람들 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섬싱 로튼’(Something Rotten). 셰익스피어를 비틀어 본 작품으로 그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 미래에 흥행할 작품은 묻는 황당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더뮤지컬 제공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섬싱 로튼’(Something Rotten). 셰익스피어를 비틀어 본 작품으로 그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 미래에 흥행할 작품은 묻는 황당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더뮤지컬 제공
 뮤지컬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흥미진진한 세계를 보여준다. 상상도 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웃음과 감동을 주며 일상의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섬싱 로튼’(Something Rotten)은 그런 뮤지컬의 특징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극은 셰익스피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셰익스피어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이었다는 설정하에, 그를 시샘하는 극작가 형제 닉 보텀과 나이절 보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 미래에 흥행할 작품에 대해 묻는다. 용하지만 어딘지 어리숙한 예언가는 미래에는 뮤지컬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낯선 장르인 뮤지컬을 설명하는 그의 노래에는 유명 뮤지컬의 패러디와 뮤지컬의 황당무계함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셰익스피어의 다음 히트작을 묻는 질문에 예언가는 햄릿(Hamlet)이라는 단어를 어렴풋하게 떠올리는데, 이것이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지 못한 그는 ‘오믈렛(Omelet)’으로 오인하고 잘못 알려주면서 단편적인 햄릿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래서 아침 식사를 소재로 왕자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해프닝을 벌이는, 말도 안 되는 뮤지컬 ‘오믈렛’이 탄생한다. 이처럼 뮤지컬 섬싱 로튼은 기발한 발상과 허를 치르는 상상력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준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들과 소네트가 인용되어 재미를 더한다.

 웨스트엔드에서는 끊임없이 하루를 반복하며 사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랑의 블랙홀’(원제 그라운드호그 데이)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남은 겨울 날수를 예상하는 펑사토니 마을의 특별한 축제이다.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변두리 외딴 마을 펑사토니로 온 기상예보관 필은 자고 일어나니 하루가 반복되는 이상한 일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이 이상한 현상에 놀라워하지만 어차피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일탈을 감행한다.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게 잡히고, 싸움을 하고,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동료인 리타를 유혹하는데 매번 조금씩 진전을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다. 이러한 삶에 지친 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깨어보면 다시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가 반복되는 이상한 현상을 극화한 뮤지컬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같은 하루지만 필의 사고가 변함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들려주고, 회전 무대와 연출적인 아이디어를 이용해 반복되는 일상을 재미있게 무대화 하는 등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만의 재미를 준다. 판타지적인 설정과 코믹한 상황 전개 속에서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철학이 느껴지는 시쳇말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뮤지컬#섬싱로튼#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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