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사진)는 어린이 추천도서 목록에 빼놓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책이다. 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로서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을 주어야 할 어린 영혼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이해하며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방법이 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어린 제제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악마의 피가 흐르는 아이, 쓸모없는 아이’라고 낙인찍었지만, 그런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단지 관심과 사랑의 요구를 자신만의 서툰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 어른들로 하여금 제제를 사고뭉치로만 낙인찍어 버리는 것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게 한다. 아이들의 표현을 이해하기 힘들 때 시선을 낮춰 아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제를 보듬었던 포르투가 아저씨처럼, 사랑이 부족한 영혼을 보듬을 줄 아는 어른이 되어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도 우리 주변에선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건 가해자인 그들도 모두 어린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고, 우리의 이웃이자 누군가의 사고뭉치 제제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그들이 어린 시절에 그들의 목소리와 내면에 귀 기울여주는 포르투가가 있었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 본 경험이 있었다면, 성인이 되어서 아이들을 향해 그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돈키호테’,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런 동화 이야기들이 발레의 원작이 되어 어린이들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따금 무대에서 공연할 때면, 너무나 넓다고 생각되는 객석이 어느 때보다 가득 차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 와 본 공연장에 동그란 눈을 굴리며 앉아있는 반짝이는 아이들. 또 그들의 손을 꼭 붙잡고 곁에 있는 어른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은 동화를 연기하는 나를 더 행복하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시간이 흘러 어른으로 성장한 우리의 역할은 그때의 우리, 지금의 제제를 찾아 사랑으로 채워 주는 것뿐이다. 작은 상처라도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새살이 돋도록 기다려 주는 것. 그렇게 자라난 그 아이들 역시 훗날 또 다른 제제들의 포르투가가 되고 그런 작은 마음과 노력으로 더욱 따뜻한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어린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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