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은 삼겹살이나 버터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가 아니다. 지방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가공음식과 정제된 당분은 피하고 좋은 동식물성 지방, 채소, 과일, 견과류 등 건강한 천연음식의 섭취를 권장하는 식단이다.
최근 학계에 발표된 저탄수화물식과 저지방식을 비교한 23개의 논문 중 19개에서 저탄수화물 식단의 체중 감소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지방식이 효과적이란 논문은 단 한 건도 없다. 이 중 저명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을 보면 칼로리 제한 저지방식에 비해 2배 가까운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고, 고밀도(H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각에서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의 부작용이라고 말하는 두통, 피로감, 어지럼, 심장 두근거림은 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일 뿐이다. 짧게는 며칠, 길면 2, 3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하면 차차 증상이 호전된다.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면, 케톤이라는 독성물질이 나와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케톤은 몸에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 일본의 무네타 데쓰오 박사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정상적인 산모의 탯줄에서 다량의 케톤체가 발견됐다. 이는 곧 산모가 케톤을 통해 태아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인간이 케톤과 포도당을 함께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식이를 통해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뇨병 환자에게 발견되는 병적인 케톤산증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우리 몸에서는 약간의 포도당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당신생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케톤과 당신생 과정을 통해 생산된 포도당이 뇌의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뇌의 대사가 더욱 원활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살이 빠지지 않고 요요를 반복했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사람들은 탄수화물의 철저한 제한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한 ‘탄수화물의 철저한 제한과 지방의 과도한 섭취’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상태에 맞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그만큼 지방의 섭취를 늘려 나가면 된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은 단기간에 빨리 해치우는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신체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건강한 천연음식으로 식단을 바꿔 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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