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2303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일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일상을 넘어선 일탈을 꿈꾼다. 사람이니까. 그래서 시를 읽고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 지금, 사람들은 시를 읽기 어려운 때라고 한다. 온갖 뉴스에 예술보다 더 뛰어난 상상력이 넘나들고 있으니. 시를 말하는 것도 우습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읽지 말자’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니카와 슌타로(85)는 일본의 국민 시인으로 불리는 이다. 국내에도 여러 작품이 번역 출간됐는데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시를 쓴다는 것’이다. 표지에는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라는 타이틀이 적혀 있다. 160쪽 분량의 가벼운 책인데 일상과 우주를 말하다니, 이 기묘함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NHK 위성방송 채널에서 2010년에 방송된 ‘100년 인터뷰,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시인은 말한다. “행갈이만을 의지해서 써온 지 40년, 넌 대체 뭐냐고 물으면 시인이라 대답하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시인이라는 정체성이 이토록 확고할 수 있나 싶은데, 책을 읽다 보면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60년 넘게 시를 써올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시작(詩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말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갔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니카와가 ‘말 많은 노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핵심일 듯싶다.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다니카와는 자신을 두고 ‘매우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언급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읽을수록 이 사람의 시세계가 묘하게 궁금하다.
시 말고도 그림책, 에세이, 번역, 각본, 작사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한 다니카와는 “특별히 ‘젊게 살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이 없는데도 왠지 나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기분이 아주 강하게 든다”고 했다. “시인으로서의 목표 따위는 없습니다만 인생에서의 목표는, 이제는 즐겁게 건강하게 죽고 싶은 게 목표”라고도 했다. 책은 몹시 가벼운데, 한 문단도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가 없었다. 표현은 단출한데 해석을 하려면 꽤 오래 시간이 걸렸다. 젊은 청년이 읽는다면 나이 드는 것이 공포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중년 이후의 세대가 읽는다면 웃음을 짓다가도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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