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친절한 금자씨’ ‘명량’…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의 작업노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THIS IS FILM POSTER/이관용 지음/280쪽·2만8000원/리더스북

‘친절한 금자씨’(2005년)의 포스터 시안. 박찬욱 감독은 스튜디오를 찾아와 회화적 이미지를 제안하는 등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리더스북 제공
‘친절한 금자씨’(2005년)의 포스터 시안. 박찬욱 감독은 스튜디오를 찾아와 회화적 이미지를 제안하는 등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리더스북 제공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도 최신 개봉작의 포스터는 한두 번씩 본다. 10여 년 새 종이 인쇄물보다 인터넷 또는 모바일 디스플레이가 더 익숙한 매개물이 됐다는 점만 달라졌다. “포스터는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광고물이기 전에 영화로 들어가는 첫인상의 문”이라는 서문은 과장이 아니다.

 저자는 영화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스푸트닉’ 대표이자 아트디렉터다.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 이후 영화 300여 편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중 51편에 대한 이야기를 추려 책에 담았다.

 속표지의 지은이 이력 소개 글에 나열한 대표작은 ‘명량’ ‘터널’ ‘범죄와의 전쟁’ 순이다. 그는 ‘명량’ 포스터에 대해 “(포스터 제작에) 대단한 창의력이 발휘된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가 이처럼 흥행하면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는 적잖은 홍보 효과를 얻는다”고 썼다.

 “새로운 일감을 받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 포스터 디자인은 훌륭했으나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영화를 여럿 말하기보다 ‘명량’ 한 편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이 어느 면으로 보나 씨알이 잘 먹힌다.”

 솔직한 고백이 거듭 이어진다. 그는 “훌륭한 영화는 한 해에 손꼽을 정도다. 많이 만들어지는 만큼 완성도가 떨어져 졸작이 대부분”이라며 “영화 포스터 디자인을 천박한 상업 디자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신뢰가 간다. 영화를 닮은 포스터가 아니라,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져 극장에 걸리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수많은 사람의 열정을 닮은 포스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아무래도 글보다는 사진 위주로 눈길이 따라간다. 빈한한 깜냥의 독자로서 ‘친절한 금자씨’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전형적이지 않은 실험적 디자인의 흑백 포스터가 스타 감독의 선택에 힘입어 마케팅 책임자의 우려를 무릅쓰고 선택받은 사례.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는 건 디자이너가 아니다. 늘 그런 걸까.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this is film poster#이관용#친절한 금자씨#명량#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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