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요나스 요나손 지음/임호경 옮김/456쪽·1만4800원·열린책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6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창문 넘어…’의 화제를 이어 갔다.
‘창문 넘어…’의 시니컬한 유머는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에서도 계속된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책은 킬러 안데르스와 두 친구 이야기다. ‘땅끝 하숙텔’에 머무는 킬러 안데르스는 65세 남자로 30년 감옥살이를 한 진짜 ‘킬러’다. 여기에 두 친구는 ‘땅끝 하숙텔’의 리셉셔니스트인 페르 페르손과 신도들에게 쫓겨난 떠돌이 목사 요한나 셸란데르다. 이야기는 ‘땅끝 하숙텔’을 찾아온 ‘백작’이 킬러 안데르스에게 5000크로나(약 64만 원)를 전해 달라며 페르손과 셸란데르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래 킬러가 받기로 한 돈은 1만 크로나지만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기에 반만 준다는 게 백작의 설명이다. 킬러의 부탁으로 페르손과 셸란데르는 백작을 찾아가 수완 좋게 설득한 끝에 잔금을 받아온다.
페르손과 셸란데르의 사업 구상은 이때부터다. 킬러의 일 처리 솜씨를 내세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혼내 드립니다’라는 콘셉트로 곳곳에 홍보하고 돈을 챙기기 시작한다. 스웨덴과 유럽에 이름이 알려지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려는데 문제는 킬러 안데르스의 ‘변심’이다. 목사 요한나의 성경 이야기에 감화된 안데르스가 ‘착해지겠다’면서 술을 끊고 기부에 나서고 급기야 ‘파업’을 선언한다.
책은 선한 사람이 되고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안데르스, 안데르스를 구슬려 사업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페르손과 셸란데르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흥미로운 건 ‘창문 넘어…’의 노인이 상황에 휩쓸려 원치 않는 모습이 되는 것과 달리, 새 작품에선 킬러 안데르스가 스스로 선택해 나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해 온 인생이 착해지고자 고민하는 과정이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는 부담스럽지 않은 유머를 통해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넌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는, 안데르스를 바꾼 한마디가 엄숙한 종교적 교훈이 아니라 어렸을 적 어머니의 얘기였다는 장치에선 작가의 치밀함과 따스함이 함께 돋보인다. 신을 믿지 않으면서 성경을 내세워 킬러를 다독이는 목사, 그런 목사와 리셉셔니스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킬러 등의 인물이 묘하게도 국내 정국을 떠올리게 하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는 세 악당이 서서히 회심하는 모습을 보여 주되 독자들에게 ‘그러니 선해져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킬러 안데르스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묘사함으로써, 실제 우리 인생살이의 힘겨움을 비쳐 보도록 한다. 그러나 그렇게 선택한 인생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인지, 책을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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