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부귀영화가 아닌,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살아온 종교인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의 개봉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내전이 진행 중인 우간다와 레바논에서 헌신하는 우리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순종’과 1950년대 전쟁의 상처로 가난했던 한국을 보듬은 고(故) 소 알로이시오 신부를 다룬 ‘오 마이 파파’ 얘기다.
두 영화 모두 종교인들의 삶을 다뤘다. 하지만 기도 장면이나 그들이 믿는 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 대신 혼자 6남매를 키우는 우간다 여인의 아픈 몸을 어루만지는 선교사의 손, ‘기도보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먼저 돌보라’는 신부의 말이 스크린을 채운다.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 신의 존재는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다.
17일 개봉하는 ‘순종’의 주연은 김은혜 김영화 두 명의 선교사다. 영화는 내전으로 잔혹한 살상이 벌어지는 우간다와 이슬람국가(IS)의 만행으로부터 도망친 레바논 난민을 보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여준다. 김은혜 선교사는 반군에게 부모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교육의 기회 없이 굶주린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돌본다. 레바논의 김영화 선교사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동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두고 먼 타지로 떠나 왔다. IS의 위협 탓에 본인과 가족들까지 위험한 처지이지만 그의 시선은 늘 가난한 아이들을 향한다. 그러곤 끝없이 가르친다. ‘우리는 무기가 아닌 연필로 싸운다’라고. 그들은 종교보다 사랑과 평화를 퍼뜨린다.
10일 개봉을 앞둔 ‘오 마이 파파’의 주된 배경은 한국이다. 오랜 흑백사진 속, 1950년대 가난한 한국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순종’ 속 우간다, 레바논의 아이들이 스친다.
소 알로이시오 신부는 가난한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돌보기 위해 부산에 정착해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했다. 부산에서 시작된 그의 온기는 필리핀과 멕시코, 브라질, 과테말라, 온두라스까지 퍼졌다. 벌써 15만 명의 아이들이 그의 보살핌을 받았다.
수녀들이 전하는 소 알로이시오 신부의 일생은 그 어떤 영화보다 감동적이다. 수십 번은 기운 낡은 가죽구두와 가방…. 특히 나무판자로 지은 허름한 집에 살며 몸소 가난한 삶을 살았던 신부의 발자취가 긴 여운을 남긴다.
시종일관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 이를 감싸는 그들의 모습은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몸도 세상도 춥게만 느껴지는 겨울, 두 영화로 마음을 녹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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