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은 서울 한복판에 있다. 서울광장 바로 앞에 있어 누구나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 경성부청사였다가 광복 이후 서울시청사였던 건물을 개조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등록문화재 제52호). 내부로 들어서면 1, 2층을 터놓은 서고에 장서 30만여 권이 꽂혀 있다.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에도 나와 서울의 대표 명소가 됐다.
최근 4주년을 맞이한 서울도서관이 자리 잡기까지 이용훈 서울도서관장(57)의 역할이 컸다. 대학과 국책·민간 연구기관 등에서 30여 년간 사서를 지낸 그는 2012년 초대 서울도서관장으로 취임했다. 이달 21일 퇴임을 앞둔 그는 책과 도서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종횡무진 다녔다. 최근 한국도서관협회로부터 ‘제1회 이병목 참사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도서관에서 이 관장을 만났다.
그에게 서울도서관장으로서 잊지 못할 날은 단연 2012년 10월 26일. 도서관계의 숙원이었던 서울도서관이 개관한 날이다. 도서관법상 각 시도가 ‘지역대표도서관’을 운영해야 하지만 서울의 경우 부지 문제 등이 풀리지 않다가 마침내 이날 문을 열었다.
서울도서관은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도서관은 산 위에 있는 등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도서관은 일부러 시간 내지 않더라도 지나가다가 들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울도서관엔 아이와 어른의 서가가 함께 있어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함께 책을 읽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남녀 커플이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지방에서 올라온 어르신이나 도심에 볼일을 보러 온 시민들도 있고요.”
그는 이런 도서관의 역할을 ‘도심 방주’라고 정의했다. 도서관에선 누워서 잠자는 것만 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서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고 무언가 메모하고 엎드려 잘 수도 있죠. 책과의 ‘우연한 만남’ 혹은 ‘뜻밖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도서관이란 공간과 친숙해지면 동네 도서관도 가보는 등 책과 친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전역에 도서관은 국립·시립·구립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등 1081개에 이른다.
“최근 동네서점이 붐을 이루고 있잖아요.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동네서점이 많아졌어요. 동네서점은 공공도서관으로 채워지지 않는 문화 갈증을 풀어내는 공간이 되고 있죠.”
이런 추세를 감안해 서울시는 ‘서점 조례’를 만들어 지역 도서관이 동네서점에서 도서관 장서를 사들이는 것을 권고했다. 지역서점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도서관이 도서를 구입할 때 최저가 입찰제(가격을 가장 낮게 제시한 곳에서 구입)가 폐지되고 도서정가제(서적 할인율을 10%로 제한)가 실시되면서 지역 서점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게 된 점을 감안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책 읽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됐으면 해요. 책은 민주주의의 기틀입니다. 좋은 도서관이 있다고 반드시 좋은 나라가 되는 건 아니지만, 좋은 나라들을 보면 좋은 도서관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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