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옷 빌려 입었니?” 몇 년 전만 해도 자신보다 큰 사이즈의 옷을 입으면 들었을 말이다. 올해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오히려 찬사가 쏟아질 테니까…. 올해 겨울 코트에서는 ‘빌린 아빠 옷’이 대세다. 오버사이즈 코트는 말 그대로 본인의 사이즈보다 큰 옷이다. 어깨 바깥쪽을 한참 벗어난 어깨선, 손등을 덮기에 충분하다 못해 손가락도 잘 보이지 않는 팔 길이, 어디에 허리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풍성함이 특징이다.》
이런 유행은 복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오버사이즈는 1970년대 중반 여성을 중심으로 유행한 스타일이다. 4년 전 구치 등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소개한 오버사이즈 코트는 2년 전부터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오버사이즈를 넘어 슈퍼사이즈까지 등장했다.
오버사이즈 코트가 한두 해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인기를 끄는 것은 실용성과 보호본능 때문이다. 어깨선과 품이 넉넉해 추운 겨울에도 셔츠, 니트, 조끼 등을 편안하게 껴입을 수 있다. 직장인 이진영 씨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에도 오버사이즈 코트에 3, 4개의 옷을 껴입어 덕다운(오리털) 재킷이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이 남자 옷을 입은 듯 오버사이즈 코트를 입었을 때 보호본능을 풍기며, 여성미가 더 부각되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오버사이즈 코트의 판매도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9, 10월 오버사이즈 코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10월 한 달 동안 검색 횟수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8배가 늘었다. ‘럭키슈에뜨’는 코트의 절반 이상을 오버사이즈로 출시했다. ‘구호’는 오버사이즈 아우터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0% 올랐다. 11번가 정석호 의류담당 MD는 “올겨울 대표 트렌드가 오버사이즈가 되면서 코트를 비롯해 상의를 중심으로 오버사이즈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행하는 오버사이즈 코트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는 패딩도 오버사이즈의 열풍에 참여했다. 럭키슈에뜨 이용례 기획팀장은 “라프 시몬스, 버버리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XXXL 사이즈 같은 패딩을 내놨다. 패딩도 오버사이즈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남성적이었던 오버사이즈가 여성적으로 바뀐 것. 톰보이 이혜진 MD파트장은 “풍성함은 유지하지만 소재와 전체적인 선이 여성적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무난한 단색 위주에서 과감한 패턴과 무늬로 화려해졌다. 구호의 박지나 팀장은 “유행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소재와 패턴, 무늬의 결합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버사이즈의 유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환 디자이너는 “현재는 미니멀리즘을 지나 맥시멀리즘(과대 패션)의 시대다. 1970년대 오버사이즈가 여권 신장에서 비롯됐다면 최근의 오버사이즈는 발전된 유니섹스적인 개념”이라며 “남성복을 닮은 여성복, 여성복을 닮은 남성복의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