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은정 씨(34)는 요즘 ‘상 차리는’ 취미에 푹 빠졌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옛 그릇부터 하나씩 사 모은 그릇까지 총동원해 식탁을 꾸민 뒤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그릇스타그램’이란 해시태그를 달아 올린다. 박 씨뿐만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음식 자랑이 아닌, 그릇 코디를 뽐내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온다.
예전엔 간장종지부터 대접까지 똑같은 디자인의 그릇을 ‘세트로’ 차려냈다. 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디자인의 그릇을 옷 입듯 개성 있게 ‘코디’하는 게 트렌드다. 단계별 그릇 코디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 레벨 1. 시선 집중
체형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커다란 액세서리나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한 군데로 집중시키는 것처럼 식탁에서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그릇들 사이로 크기와 높낮이가 다른 그릇을 한두 개 배치하면 식탁에 리듬감이 생긴다. 테이블 한가운데 키가 높은 장식형 그릇이나 폭이 넓은 큰 볼을 두는 식이다. 보편적인 원형 접시만 쓰기보다 삼각, 사각 등 독특한 모양의 접시를 군데군데 두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식탁 전체의 패션 지수를 높일 수 있다.
○ 레벨 2. 블랙&화이트
옷을 차려입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릇 역시 검은색과 흰색 계열을 섞으면 세련된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 같은 색깔로 통일하고 싶다면 전형적인 하얀 식기 대신 올 블랙이나 올 그레이 컬러로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전체적인 색감은 통일하되 약간씩 변주를 주는 코디법을 추천한다. 다 같은 회색이어도 테이블 매트는 진한 회색으로, 식기는 연한 펄그레이, 머그컵이나 수저는 검은색을 내는 식이다.
○ 레벨 3. 믹스&매치
패션과 마찬가지로 ‘믹스&매치’는 가장 난도 높은 그릇 코디법이다. 다양한 소재나 디자인을 섞어 조합하는 방식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라믹 그릇과 투명 유리컵을 섞어 차리거나 크기가 다른 그릇 두 개를 겹치는 ‘레이어드’로 코디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단, 그릇을 살리는 코디를 위해선 음식은 단순하게 차리는 게 포인트다. 음식에 화려한 장식을 올리기보다 꾸밈없이 담아내야 그릇이 돋보일 수 있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의 이서용 마케팅팀 부장은 “매일 쓰는 그릇도 패션처럼 몇 가지 스타일 공식만 활용하면 고급 식당 못지않은 식탁 연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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