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와 주제만 그대로 두고 완전히 새로 고쳐 썼습니다. 새 책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69)은 2012년 출간한 ‘술탄과 황제’를 전면 개정해 최근 펴낸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중심으로 50여 일간 치열한 전쟁을 치른 오스만 제국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틴 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이야기를 담은 ‘술탄과 황제’는 첫 출간 당시 호평 속에 4만 권 넘게 판매됐다. 4년을 들여 치밀하고 방대한 조사를 해 쓴 이 책은 완성도가 높은 데다 당시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묘사돼 읽는 이를 단숨에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어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잖아요. 책을 보고 또 보면서 보완할 부분을 찾아냈죠. 터키도 네 번 더 다녀왔고요.”
‘술탄…’에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3장은 해체해 1, 2장에 녹였다. 새 책에서는 마지막 총공세를 벌인 나흘간의 이야기를 담은 1장과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을 교차시킨 2장으로만 구성했다. 일기와 비망록은 가상이지만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고 탄탄하게 써 내려가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개정판은 첫 책보다 40페이지가량 늘었다. 각주와 QR 코드도 늘려 지도, 사진, 연설문 등을 추가했다. 그는 “어느 한 곳도 새로 쓰지 않은 페이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작업을 하느라 몸무게가 줄고 시력도 많이 나빠졌단다. 집 서재는 물론 식탁까지 온통 자료로 뒤덮였다.
“아내가 ‘살고 싶으면 책 쓰는 거 그만두라’고 할 정도였어요. 경고 수위가 옐로카드에서 레드카드로 바뀌었다니까요. 역사책을 또 쓰고 싶긴 한데 그러면 (집에서) 쫓겨날 것 같아요. 하하.”
그가 강조한 건 술탄과 황제의 리더십이다. “술탄은 독창적이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대표합니다. 능력만 있으면 그리스인 불가리아인 이집트인 등 출신지에 관계없이 등용했고요. 황제는 무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포용하고 희생하는 리더십을 가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한국 리더들에게서 포용도, 희생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들 진영 논리에만 빠져 있어요. 충격적인 난국인데 청와대가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 기회를 이용하려고만 해선 안 됩니다.”
그는 제국이 새롭게 일어나고 멸망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나라가 망하고 흥하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은 비잔틴 제국이 멸망할 때보다 못한 리더십을 갖고 있습니다. 비잔틴 제국은 멸망했을지언정 장렬하게 산화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는 특히 리더와 청년들이 이 책을 읽길 희망했다. “포용과 헌신이 무엇인지, 책임 있는 자세란 어떤 것인지? 리더들은 무엇보다 이런 것들을 깨달아야 합니다. 마음과 생활이 곤궁한 청년들에게는 꿈을 잃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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