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이건희(74)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병상을 지키며 간호에 전념해온 홍라희(71) 리움 관장이 대외 활동의 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대한적십자사 고액 기부자 모임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CHC) 출범식에선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홍 관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짙은 남색 롱 재킷 차림의 홍 관장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켰으며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후 인사말을 통해 “봉사와 기부에 참여하면서 베푼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RCHC 창립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RCHC는 대한적십자사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속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홍 관장 외에도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 부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김한 광주은행장, 배우 안재욱 · 박해진 · 이병헌과 야구 선수 이승엽 등이 참여했으며 개인 독지가 4명도 이름을 올렸다. 홍라희 관장은 1990년 대한적십자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후 26년간 꾸준히 기부와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는 과거 신문에 연재한 회고록을 통해 적십자사의 활동을 가장 많이 도와준 이로 홍라희 관장을 꼽으며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홍라희 관장은 지난 7월 ‘국제건축가연맹(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명예위원 위촉식에도 참석했다. 홍 관장은 지휘자 금난새, 나경원 의원 등과 함께 내년 9월 열리는 이 행사의 전반적인 추진에 대해 조언하고 건축 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 있던 지난 2년 동안 리움 및 삼성가 행사 이외의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던 그녀가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히는 것과 관련, 재계 안팎에선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홍 관장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통해 삼성의 구심을 잡으려는 노력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은 일부 외부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의식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말에는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결국 병원 치료를 계속하기로 했다. 홍라희 관장은 병실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등 자녀들도 수시로 들러 안부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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