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살짝 벗어난 길이라고 소개하고 싶은 꼬부라진 골목 안, 낡은 소리를 내는 철 대문 위로 예쁜 간판이 걸려 있는데 여기가 바로 ‘살롱 프라이드’다. 간판은 물 건너온 듯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디자이너 친구가 만들어주었단다. 가게 이름처럼 튀김이 알려진 곳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메뉴가 더 마음에 든다. 뉴질랜드산 홍합으로 만든 그린홍합스튜. 그린홍합은 처음 먹어보았는데 포장마차에서 흔히 먹던 검은색 껍데기의 홍합과는 사뭇 달랐다. 껍데기의 아우트라인을 따라 살짝 녹색을 띠어 그린홍합이라 부르는데 아주 쫄깃하다. 스튜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나 걸쭉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맑은 국물이 시원하고 매콤하다. 살살 뿌려진 바질 향이 향긋하게 올라온다.
유명한 튀김을 건너뛸 수는 없어 ‘살롱 세트’를 주문했다. 단호박, 머시마루 버섯, 닭가슴살, 오징어, 새우 등 5가지 튀김이 풍성하게 담겨 나온다. 파슬리가루가 고루 들어간 얇은 튀김옷을 입은 소박한 튀김이다. 담백하고 소박한 맛, 가격 대비 풍부한 양이 장점으로 보인다. 치즈가루, 칠리, 겨자, 타르타르 등 4가지 소스가 곁들여 나오며, 술은 가볍고 약하게 하지만 안주를 많이 먹고 싶은 여성에게 안성맞춤!
주류 역시 단순하다. 청포도맥주와 블루베리맥주, 주인이 자랑하는 샹그리아와 방쇼가 전부다. 남들이 뱅쇼라고 쓰는 걸 굳이 방쇼라고 적어놓았는데, 프랑스어 발음으로 방쇼가 더 가깝다고 말한다. “고집이 세신가 봐요”라고 물으니 “제가 이 튀김을 홍대 앞에서 노점으로 시작했어요. 거기서 잘돼 3개월 만에 경리단길에 입성했고요. 형편도 안 됐는데 심지어 단골손님이 돈을 빌려줘서 간신히 들어왔지요. 처음에 생각했던 게 ‘어디서 무엇을 팔든 내 취향을 잃지 말자’였습니다. 그건 지금도 변함없어요”라고 강조한다.
최근 밀고 있는 메뉴는 ‘오버 더 젤리샷’. 보드카를 기본으로 해서 만든 케이크형 젤리다. 젤리샷 너머의 행복을 찾아 떠나라는 말처럼 들린다. 장미와 아보카도까지 성공했고, 더 연구해서 다양한 젤리샷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집을 개조해서인지 동네 친구 집을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드는 살롱 프라이드. 낮은 조도 그리고 소곤소곤 들리는 옆 테이블의 목소리, 벽에 붙어 있는 낡은 사진이 잘 어울리는 따사로운 집이다.
ADD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길 10 TEL 010-5413-8251
김지영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직접 탐방해보고 뭔가 이야기가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홍보대행사 함샤우트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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