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청각적 쾌감, 시각적 황홀함 안기는 연출 압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사진)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 위 커튼이 올라가면 관객은 당혹스러움을 마주한다. 무대 세트는 없고 어둠만이 가득하다.

 서서히 무대 바닥에 누워 있던 커다란 무엇인가가 올라온다. 가로 22m, 세로 12m의 대형 거울이다. 평면적인 대형 거울은 곧 입체적 세트가 된다. 50도까지 올라와 멈춘 거울은 바닥의 대형 그림을 비춘다. 샹들리에, 꽃밭 등 5번 바뀌는 그림은 새 공간을 만들어낸다.

 2개의 평면이 입체를 구현한다는 점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출연진이 등장했을 때다. 정면으로 바라보면 평범한 무대일 뿐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위로 올리면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출연진과 무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무대를 엿보는 관음증적 경험도 선사한다. 단지 대형 거울 하나만 있을 뿐인데….

 수십 명의 출연진이 나와 노래하고 춤추는 파티 장면에서는 시각적 황홀함에 압도당한다. 그 어떤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충격이다.

 8일 무대에 선 글래디스 로시(비올레타), 루치아노 간치(알프레도), 카를로 구엘피(조르조) 등 주역들은 거울에 눈을 사로잡힌 관객의 귀를 잡아채는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로시가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안 맞아 박자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는 1막뿐이었다. 2막부터는 비올레타 그 자체였다.

 3막에서 조명의 사용도 인상적이었다. 단 2대의 키조명은 반사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마치 여러 방향에서 쏟아지는 조명 같은 효과를 낸다.

 공연이 끝나갈 즈음 거울이 서서히 올라간다. 잠시 뒤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관객까지 비춘다. 아차. 그때 깨닫는다. 결국 나 자신도 무대 위 존재였구나. 연출이란 이런 것이다. 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28만 원. 02-399-1000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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