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도록 고요한 하늘에 별도 얼어붙어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정지하고 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
그래도 서러울 리 없다는 너는 오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
밤이 이대로 억만 년이라 갈리라구…
첫 연, 저 구절에 눈이 딱 멈춘다. 멈춘 시선은 도통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별도, 하늘도, 밤도 춥다니, 오늘날의 마음을 정확히 읊어 놓은 것만 같다. 첫 연, 저 구절에 눈이 딱 멈춘다면 지금 당신은 추운 거다. 이 시를 읽으면서 추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당신은 바로 추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거다.
요맘때는 으레 춥기 마련이지만 올해 11월은 유독 춥다. 그 이유는 마음이 춥기 때문이다. 그래, 추운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추워서, 혹은 추우니까 내내 춥기만 하고 있을 테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 시를 읽을 수 있다. 이 시는 추운 오늘과 춥지 않은 내일을 말하고 있다.
신석정은 1907년에 태어나 1970년대까지를 살았다. 그러니 가장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었을 때 그는 나라를 뺏기고 찢기는 일을 경험해야 했다.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공부하고 시를 쓰는 점잖은 사람이었지만 흔들림이 없었겠는가. 그에게도 엎어지고 고꾸라지고 황망하고 억울한 날이 많았다. 이른바 ‘얼어붙은 심장’의 나날이 많았다. 얼어붙은 심장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 시에 잘 나와 있다. 그것은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멈추고 푸른 별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절망 속에 시인은 내일을 위한 하나의 목소리를 숨겨 놓았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춥고 어두워도 서럽지 않다. 얼어붙은 심장이 아니라 여전히 고운 심장을 신뢰하므로 절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밤은 억만 년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는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록 지금은 별도 하늘도 밤도 춥지만 이 추위의 밤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