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공동체 붕괴 사회… 진짜 ‘어른’을 말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3시 00분


◇어른 없는 사회/우치다 타츠루 지음/김경옥 옮김/304쪽·1만3000원·민들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제작한 영화 ‘그랜 토리노’(2008년)의 한 장면. 주인공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웃에 사는 아시아계 소수민족 소년이 갱단의 비행에 휩쓸리는 것을 막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한다. ‘어른’의 모습이다. 동아일보DB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제작한 영화 ‘그랜 토리노’(2008년)의 한 장면. 주인공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웃에 사는 아시아계 소수민족 소년이 갱단의 비행에 휩쓸리는 것을 막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한다. ‘어른’의 모습이다. 동아일보DB
 ‘성장의 대가로 전통적 공동체의 미덕을 희생시킨 사회는 성장 신화가 붕괴한 시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책의 주제다.

 일본은 고도성장을 통해 한때 ‘1억 중산층’을 실현했고, 이례적으로 풍요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 다같이 가난하던 시절에는 사회 구성원들이 가족과 지역 공동체 속에서 안전과 생활을 확보했지만 그런 공동체의 도움 없이도 살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일본인을 소비의 주체로 만들며 원자화, 고립화했다. 공교육은 붕괴했다. 교사는 편의점 직원과 다를 바 없어졌고, 학생들은 학교 교육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견준다. 교육행정 당국, 정치인, 학부모, 교사들이 교육의 목적은 사적 이익의 추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족도 해체됐다.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에게 거의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가 됐다. 부권(父權)을 해체하는 데 앞장섰던 세대가 아버지가 된 뒤에는 부권 부재 현상에 당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일본 사회가 운영됐더라도 문제는 이제부터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등장하고 있고, 풍요와 안전을 미래에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장, 버블경제에 대한 환상과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행 세대는 롤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습성을 내면화한 이들 세대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 같은 관계 외에 스승-제자 등의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른’이 필요하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사회 시스템을 보전하는 일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버린 것이 아니라도 발아래 유리조각을 먼저 줍는 사람이 어른이다. ‘아이’는 내가 버린 것이 아니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종적인 인간관계도 되살려야 한다. 스승과 부모가 다음 세대의 성장을 지원했던 구조를 되살리고 공동체가 자녀를 양육할 젊은이들의 성숙을 돕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레비나스 철학에 바탕을 두고 정치 문학 교육 분야의 책 100여 권을 낸 일본의 유명 작가다. 고베 시 조가쿠인대 교수로 일하다 2011년 퇴직한 뒤 합기도 도장 개풍관을 열어 철학과 무도를 가르치면서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저자는 단적으로 “공동체는 약자를 돕는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유아는 ‘과거의 나’, 노인은 ‘미래의 나’, 장애인 병자 난민은 ‘그렇게 될 수도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경쟁의 승자는 그 몫의 일부를 패자에게 나눌 의무가 있다. 로크와 홉스, 루소가 근대 시민사회의 기초를 세울 때 했던 말을 300년이 지나서 반복해야 하는 현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여러모로 일본의 뒤를 따라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래를 지향한다면 경쟁을 통한 이윤의 극대화라는 기존의 방향을 어디로 돌려야 하는지 보여준다. 원제는 ‘거리의 공동체론’.

조종엽기자 jjj@donga.com
#어른 없는 사회#우치다 타츠루#자본주의#클린트 이스트우드#그랜 토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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