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오아시스’ 공연의 한 장면. ‘슈퍼소닉’을 만든 맷 화이트크로스 감독은 1990년대 그들의 인기를 회상하며 “오늘날 오아시스처럼 공연 티켓을 구하기위해 260만 명이 달려드는 밴드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씨네룩스 제공
“A champagne supernova in the sky….”
11일 금요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좌석을 가득 메운 102명의 관객, 그리고 ‘떼창’. 언뜻 유명 가수의 콘서트 현장 같지만, 세계적인 록밴드 ‘오아시스’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 ‘슈퍼소닉’ 시사회 현장이다. 영화 배급사에서 마련한 일명 ‘팬들을 위한 떼창 시사회’다. 시사회 전 티켓 값을 경매하는 형식으로 관객을 모집했는데 불과 9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1990년대를 풍미한 오아시스는 총 7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7000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했다. 영화 ‘슈퍼소닉’(24일 개봉)엔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밴드를 결성하게 된 과정부터 첫 싱글 발표 후 3년 만에 영국을 뒤흔들기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담겼다.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의 가정사는 물론이고 형제 간 불화로 밴드 활동을 접게 된 사연, 악동 밴드가 벌인 사건 사고의 비화까지 담은 ‘아카이브 다큐멘터리’로 개봉 소식만으로도 ‘팬심’을 흔들었다. 이날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오아시스의 첫 데뷔 무대와 TV 인터뷰 등 기념비적인 영상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24일 개봉하는 ‘슈퍼소닉’의 영화 포스터. 씨네룩스 제공 최근 들어 뮤지션들을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 개봉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팬이 아니라면 영화 자체는 크게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팬들만큼은 뮤지션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와 공연 영상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열광한다.
지난달엔 1963년부터 1966년까지 ‘비틀스’의 숨겨진 4년을 담은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가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의 묘미는 영화가 끝난 뒤 제공된 30분의 쿠키 영상이었다. 비틀스가 1965년 8월 15일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메츠의 홈구장에서 가진 라이브 공연 실황이 마치 실제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펼쳐졌는데, 적잖은 관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앞서 8월엔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의 생애를 담은 영화 ‘마일스’가 개봉해 1만12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비틀스…’와 마찬가지로 30년 재즈 인생 중 그가 갑자기 사라진 5년 동안의 일을 담은 이 영화는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등 데이비스와 함께 활동했던 재즈 거장과 에스페란자 스폴딩, 게리 클라크 주니어의 합주로 풀어낸 인상적인 엔딩을 선물했다. 흥행은 아쉬웠지만 관객들은 “사운드만으로도 100% 제 몫을 다한 영화” “영화가 끝나도 음악이 맴돈다”는 평을 남기며 호응했다.
탄탄한 수요층 덕분에 앞으로도 음악 다큐 전성시대는 계속될 것 같다는 분석이 적잖다. ‘슈퍼소닉’ 배급사 관계자는 “음악 다큐는 팬들에겐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 만큼 앞으로도 제작 및 배급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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