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깜빡 놓친 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 최철한 9단 ● 조한승 9단
55기 도전 5국 3보(31∼38)

 
백 ○로 큰 싸움이 시작됐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최철한 9단을 상대로 조한승 9단이 먼저 도발한 것이 의외였는데, 조 9단은 미리 준비한 구상이 있는지 흑 31, 33을 자신 있는 손길로 내려놓았다.

 백 34가 기로. 우선 참고도 백 1이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는 곳. 흑 14까지 결과에 대해 아마추어들은 기둥 역할을 하던 백 6점이 잡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손해 없는 절충이다. 선수를 뽑아 백 15로 달리면 우상에서의 손실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9단은 기풍상 이렇게 무력하게(?) 돌을 내주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참고도가 옳았을까. 흑 35를 선수하고 37로 잇자 백이 급히 둬야 할 곳이 여러 개 생겼다.

 여기서 백이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꼬리를 보인 채 물러나면 이리저리 쫓기다 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백 38로 끊어간 것이 기백이 넘치는 수. 물론 흑이 축으로 모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 9단은 국 후 한숨을 쉬며 백 38을 후회했다. “수읽기를 하긴 했는데 끝까지 하진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가 깜빡 놓친 흑의 다음 수는 무엇이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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