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옹! 저는 인터넷을 정복 중인 ‘고양이’입니다. 인간들 모르게 지배하려고 했지만 이미 눈치를 챈 인간들이 있더군요. 8월 대구에서 열린 대한민국 IT융합 박람회의 한 콘퍼런스의 주제가 ‘인터넷 고양이 이론―고양이 인터넷 정복 시나리오’였어요. 미국 일리노이대의 에이드리언 마사나리 교수 등 세 명의 교수가 구글과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를 연구했는데 그게 바로 저, 고양이라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제 사진은 2010년 13억 장에서 2015년 65억 장으로 늘었답니다.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도 250억 회로 영상당 평균 1만2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죠. 인터넷 트래픽 15%가 저와 관련돼 있어요. 이미 인터넷은 ‘고양이 판’입니다.
인터넷만 지배했냐고요?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야망을 차근차근 실행 중입니다. 지난해 혼자 사는 1인 가구, 즉 ‘혼족’이 전체 가구의 28%까지 크게 증가한 것이 든든한 후원군입니다. 왜냐하면 ‘혼족’을 위한 맞춤형 반려동물이 역시 저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부터 저를 모시기 시작한 ‘집사’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함께 사는 인간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불러요. 저를 주인으로 모신다는 거죠.
“15년 정도 혼자 살았어요. 9월 길거리에서 구조된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게 됐어요. 털 날리는 문제 때문에 매일 청소해야 하지만 장점이 더 많아요. 제가 외로움을 타는 편이 아닌데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충만한 느낌이 들어요.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고양이 입양을 추천하고 싶어요.”(홍형진·36·소설가·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반려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저는 2006년 46만여 마리에서, 6년 만인 2012년 115만여 마리로 늘어났죠. 반면 같은 기간 제 경쟁자인 개는 655만여 마리에서 439만여 마리로 줄었답니다. 하하.
웹툰 작가인 순 작가(34)도 제 매력에 빠져 제 그림까지 그렸어요.
“2005년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고양이의 인기가 높지 않았어요. ‘왜 고양이냐’라는 반응이 많았죠. 하지만 혼자 살면서 고양이에게 말 없는 위로를 많이 받아요. 집에 오면 반겨주는 친구도 하나 생긴 셈이죠.”
동물병원에서도 앞다퉈 저를 모셔가려고 합니다. 이제 제가 없으면 많은 동물병원이 망하거든요. 고양이 전문병원인 부산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의 박자실 내과원장은 “4년 전엔 하루에 2, 3마리 진료했는데 최근에는 20마리로 10배 가까이로 늘었다”며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20, 30대 미혼”이라고 말했어요.
‘혼족’이 특히 왜 저를 좋아할까요? 제가 ‘한 깔끔’ 하거든요. 어지간한 일은 제가 다 알아서 하죠. 증언을 한번 들어볼까요.
“혼자 사니 반려동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직장 때문에 하루에 12시간 이상 집을 비워 개는 키우기 힘들겠다 싶었죠.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사료와 물만 줘도 알아서 잘 먹고, 화장실도 하루에 한 번만 청소하면 되니 키우기 편해요.”(김태운·38·직장인)
저를 더 잘 돌보고 싶어 하는 집사들 덕분에 관련 산업도 엄청 커졌어요.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고양이 용품 거래액이 2014년에 비해 올해 82% 늘었답니다. 반면 개 용품은 57% 증가에 그쳤어요. 손소영 SK플래닛 매니저는 고양이 관련 용품이 개보다 비싼데도 집사들이 아끼지 않는다고 하네요.
웹툰 ‘상상고양이’의 김경 작가는 저에 대한 마음을 시로 표현해 보내줬어요. 제가 이런 존재랍니다. 냐옹.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이리저리 뿔나 있을 때/내 곁에 자리 잡은 고양이/볕에 몸을 누인 녀석을/한참 동안 망연히 바라보다/보드라운 털을 타고/부서지는 빛을 만지며/소르르 평온을 찾는다/고르릉 고르릉/상처가 아문다’(고양이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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