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을 받을 때면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도 함께 옵니다. 그것을 준 이도, 받은 이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선물이 되어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일은 흔치 않아요.
여기 청딱따구리 한 마리가 우연히 만들어놓은 물웅덩이 하나가 여러 새들에게 뜻밖의 좋은 선물이 되어 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정말 우연히 눈앞에 펼쳐진 그 광경을 하루 종일 촬영하게 된 작가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봄날 따가운 햇살 아래 뒷산 새들은 저마다 둥지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뭄이 너무 심해 이 숲에는 마른 목을 축이거나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에는 물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엊그제 비가 조금 내리긴 했어도 봄 햇살에 물웅덩이들이 모조리 바짝 말라버렸거든요. 둥지를 반쯤 완성한 청딱따구리가 골짜기 바위틈에서 물이 아주 조금 고인 웅덩이를 찾아냅니다. 아주 조금 갈증을 해결한 청딱따구리가 자기 몸 하나 씻을 정도의 웅덩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부리로 돌을 들어내고 낙엽도 치우니 물이 점점 더 차올랐어요. 아주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웅덩이에서 시원하게 목욕을 마친 청딱따구리가 떠난 뒤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박새, 쇠박새, 울새, 뱁새, 곤줄박이까지 잇따라 이 목욕탕의 손님이 되어 시원한 한때를 보내게 돼요.
새들이 물웅덩이 하나를 차례로 나눠 쓰는 사랑스러운 장면마다 즐거운 새소리가 들릴 듯 그려져 있어요. 깃털에 한껏 물방울을 머금은 새들의 행복한 노랫소리가 산속을 가득 채웁니다. 독자들에게도 활짝 미소가 지어질 만큼 흐뭇한 선물이 될 거예요. 청딱따구리야 그런 사실을 알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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