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흔히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분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 거죠.”
그럴 듯하게 들리는데 알 듯 모를 듯하다.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 거기에 빠지거나 싸우려고 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 이게 티베트 명상 ‘렛고(Let Go)’의 시작입니다.”
국내에 티베트 불교를 소개해 온 용수 스님(47)의 말이다. 그는 최근 ‘안 되겠다, 내 마음 좀 들여다봐야겠다’(나무를심는사람들)라는 긴 제목의 책을 냈다. 그는 티베트 불교의 명상법을 풀어낸 이 책에서 화를 내거나 꾹 참는 것, 자기를 비하하는 것, 남 탓하고 상대를 바꾸려는 것, 나만 아끼는 것, 삶의 고통을 부인하는 것,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등 6가지의 잘못된 마음 습관을 알아차리고 훈련을 통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를 허용하고, 슬픔을 환영하고, 두려움에게 미소를 지어라’라는 말이 있어요. 이런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 ‘나쁜 것이 아니다. 있어도 괜찮다’라고 받아들여 우리를 괴롭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최근 붐을 일으킨 ‘힐링’ 책에 대해선 주의해야 할 점을 당부했다. “대개 그런 책들이 ‘자기 긍정’을 강조하는데 자기 비하나 패배감에 빠진 사람에게 효과적일 수 있어도 이걸 너무 내세우면 ‘오만함’에 빠질 수 있거든요. 긍정과 부정을 모두 껴안고 가는 중도(中道)가 불교의 정신입니다.”
용수 스님은 9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유타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01년 달라이라마의 강의를 들은 뒤 불교에 귀의해 이듬해 티베트 역경원의 창시자인 페마 왕겔 린포체에게 계를 받고 티베트 승려가 됐다. 이후 4년간 남프랑스 티베트 불교 선방에서 4년간 수행했고 2008년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세첸코리아’라는 단체를 만들어 티베트 불교를 전파하고 있다.
“제가 어릴 때 ‘삶은 이래야 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강박이 강했어요. 하지만 티베트 불교를 받아들인 뒤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명상을 통해 깨어 있는 용기를 찾았어요. 전 지금 행복합니다.”
그는 자신을 ‘스님이 되는 중(ing)’이라고 중의적으로 칭했다. 그는 “아직 ‘내 행복’을 찾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만 스스로 청정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 수행 경험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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