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화엄경 80권을 그림 하나에 담았다? 가능한 일일까. 경북 예천 용문사에 가면 ‘그 어렵다는 일을 해낸’ 불화를 볼 수 있다. ‘화장찰해도(華藏刹海圖)’다.
“화엄경의 방대한 가르침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으려면 경전 80권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 펴낸 ‘사찰불화 명작강의’(불광출판사)에서 이 그림을 소개한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는 “조선 후기 최고의 불화로 꼽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연꽃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작은 연꽃으로 표현했다. 대우주 속에 소우주가 있다는 연기의 법칙과 모든 것이 제석천의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는 불교 원리를 잘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화장찰해도’를 비롯해 전남 강진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경남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 대구 동화사 ‘극락구품도’, 경남 하동 쌍계사 ‘노사나불도’, 충북 보은 법주사 ‘팔상도’ 등 10개 그림을 꼭 봐야 할 명작으로 소개했다. 강 교수는 그림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그림이 표현하려고 한 불교의 세계도 함께 설명해 불교 교리 책 못지않은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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