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80부터 다시 보자. 흑은 당연히 백이 중앙을 보강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흑에 백 80은 충격 그 자체였다. 중앙 백 말이 바람 앞의 촛불인데 한가롭게 우하 보강을 하며 실리를 챙기다니…. 이건 흑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 ‘중앙 백 잡으면 돌 던질게’ 하는 ‘배 째라’ 전술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백 80으론 참고 1도 백 1로 뛰어나가는 것이 정수. 하지만 나중에 흑이 ‘가’로 치중하는 수가 있어 우하 귀 백의 생사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백 80으로 버틴 것.
기분을 확 잡친 흑은 ‘반드시 대마를 잡고 말리라’는 각오를 다진다. 그 첫 펀치가 흑 81. 두말할 필요 없는 급소다. 이어 83으로 퇴로를 차단해 백을 완전 포위했다. 안에서는 아무리 봐도 사는 궁도가 나오지 않는데 최철한 9단은 묘착을 준비하고 있을까.
흑 89가 실족. 참고 2도 흑 1을 선수했다면 백의 횡사로 바둑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흑 89로 반 박자 늦춰 주는 바람에 백 90 같은 끈끈한 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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