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영국 화가 토니 베번 씨(65)의 첫 한국 개인전이 열린다. 갤러리 측 설명으로는 “영국 안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중견 작가”라는데 미술 분야 문외한인 까닭에 금시초문의 이름이다. 갤러리를 방문해 보니 작품이 인상적이라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뒤져봤다.
위키피디아의 작가 설명 중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기에 정부의 문화정책에 저항한 작가”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대처 정부는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스스로 이윤을 창출해 생존하도록 유도했다. 1999년 한국문화정책개발원(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대처 정부 시절의 영국 예술계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개인과 사회를 위한 예술’은 위축되고 ‘상품으로서의 예술’이 부각됐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관광 진흥이나 외화 벌이와 연관된 가치가 주목받았다. 기업은 예술 지원을 통한 홍보를 강요받았고, 예술은 기업의 광고 수단이 됐다.”
2016년 한국 예술계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기술이다. 수줍은 표정의 말수 적은 이 영국 화가는 그런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다는 걸까. 그의 그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은 화려함, 세련미, 단순명료함, 깔끔함이다. 목탄 밑그림에 뭉툭한 붓으로 아크릴물감을 꾹꾹 눌러 붙이듯 그렸다. 베번 씨는 “캔버스를 바닥에 눕혔다 벽에 걸었다 여러 번 옮기며 작업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무릎 자국이나 손때도 대개 작품의 요소로 남겨 둔다”고 말했다.
2004년작 ‘Head’는 꽁꽁 묶여 일그러진 얼굴 모양의 심장을 닮았다. “심장을 그린 건가, 얼굴을 그린 건가” 묻자 그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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