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위기를 예상하며 이달 10일 방문한 ‘가온’은 의외로 상당히 조용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식당 ‘가온’은 웬만한 식당들이 부러워할 만한 결과를 이뤄냈지만 전혀 들뜬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국판 첫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의 별 세 개 식당이라는 대단한 결과를 얻었지만 여느 때처럼 밥 짓고, 반찬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성실함과 꾸준함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인터뷰는 너무 어색한데요.” 가온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병진 총괄 주방장이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급작스러운 관심에 미쉐린 가이드 선정 식당을 발표했던 7일에는 김 주방장의 휴대전화로 5분에 한 번 간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성원에 힘입어 테이블 다섯 개로 운영되는 가온은 1월까지 예약이 이미 마감됐다.
“고등어조림을 한다고 치면 양념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고등어 맛으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식재료에 절대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죠.”
미쉐린 별 세 개를 받은 비법을 묻자 김 주방장은 이렇게 답했다. 가온은 식재료를 구하는 데 있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영업이 끝나면 밤 12시에 가락시장, 경동시장, 노량진 수산시장을 돈다. 가장 신선한 재료를 얻기 위해서다. 직접 만져보고 비교하면서 최상의 식재료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장과 소금도 직접 조달한다. 장은 2000년대 초반에 직접 담가 둔 된장, 간장을 쓴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장들도 품질이 좋지만 인위적 단맛은 음식 맛을 질리게 할 수 있으므로 직접 담근 것만 쓴다. 또 전용 염전을 사서 소금을 대놓고 쓴다. 쓴맛이 나지 않는 순수한 짠맛이 나는 소금을 써야 음식에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의 콘셉트는 ‘건강’이 됐다. 김 주방장은 “왕이 하루 종일 먹었던 음식을 분석해 영양 배분을 고려해 코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속을 달래기 위해 죽으로 시작해 우리의 바다, 땅, 하늘에서 난 것으로 입맛을 돋우는 코스로 이어지는 식이다.
미쉐린 선정 식당 발표 후 일각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을 들어 봤다. 미쉐린 선정 식당은 대부분 고가 한식당 위주로 서민 정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주방장은 “대부분 요리 재료 원가를 놓고 가격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식당에 와서 경험하는 다양한 서비스까지 포함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저렴한 백반집과 호텔 식당이 다르다고 인식하듯, 밥을 먹으면서 경험하는 가치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기회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말하면서도 정작 당자사인 우리는 한식을 흔한 것, 늘 접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주방장은 “요즘은 대학 조리과 학생들조차 한식을 구시대적 요리라 여기며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며 “우리가 먼저 귀하게 생각할 때 외국인들도 귀한 식문화로 바라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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