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고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고고학회가 창립 41년 만에 처음으로 고조선을 주제로 한 한국고고학전국대회를 내년에 개최한다. 이 대회는 매년 11월 열리는 고고학계 최대의 학술행사. 낙랑에 비해 고조선 연구를 등한시한 일제 식민사학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론과 더불어 재야 사학계와 고대사 논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향후 한국 사학계의 고대사 연구 방향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한국고고학회가 작성한 ‘2017년도 한국고고학전국대회 기획안’에 따르면 ‘고고학으로 본 고조선과 고조선 문화’를 주제로 한 고고학전국대회가 내년 11월 3일 열린다.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검토되고 있다. 이남규 고고학회장(한신대 교수)은 “고고학회가 1976년 창립된 이후 고조선을 학술대회 주제로 다룬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고학계가 고조선 조명에 소극적이었던 건 남한에 고조선 유적이나 유물이 드문 현실도 한몫했다. 남북 분단으로 평양 일대 고조선 유적 연구에 한계가 있었고, 중국 랴오닝(遼寧·요령) 지역에 있는 고조선 유적도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제약이 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계의 연구 태도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 역사에서 타율성론을 강조한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고조선보다 낙랑의 역할을 부각한 게 광복 이후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정인성 영남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은 한반도에서 고대국가 형성과 발달, 문명화의 계기를 한군현(漢郡縣·한사군) 설치에서 찾았다”며 “광복 이후에도 이런 설명이 고착화된 데 대해 학계 내부의 비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고고학전국대회에서는 광복 이후 고조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서 고조선 연구가 부실했던 원인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고조선 강역과 한군현을 둘러싼 재야 사학계의 거센 공세에 맞불을 놓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최근 동북아역사지도 폐기를 계기로 강단사학계에서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상태다. 내년 고고학전국대회에서 ‘고고학으로 본 고조선 왕검성과 낙랑’을 주제로 한 논문 발표와 토론이 기획된 이유 중 하나다. 정 교수는 “평양 낙랑토성이 고조선 왕검성인지에 대해 검토할 때가 됐다”며 “왕검성이 요서지방에 있었다는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도 진위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재야 사학계에 맞서 고고학계와 문헌사학계가 손을 잡고 ‘고고학·역사학 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국고고학회와 한국상고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로 구성된 이 협의회는 지난달 이화여대에서 ‘요서지역의 고고학과 고대사’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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