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사랑의 김장’ 담그던 날

  • 여성동아
  • 입력 2016년 11월 28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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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 김치를 담가온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올해도 따뜻한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회원뿐 아니라 스타와 외국인까지 참가해 직접 담근 7000kg 분량의 김치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 것.
사랑과 나눔으로 추위조차 녹인 훈훈한 현장을 다녀왔다.


“김장 김치는 겨울철 반양식이란 말이 있습니다. 김장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이웃들과 나눕시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입동 무렵 김장을 담갔다. 하룻밤 소금에 푹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을 버무려 속을 채우면 긴긴 겨울 준비가 끝난 듯 든든해졌다. 겨우내 가족들의 먹거리 걱정을 덜기 위해 매서운 추위도 마다 않고 김치를 담그던 어머니의 손길, 그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이웃들에게 전하기 위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이하 위러브유)가 나섰다. 지난 11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열린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김치로 소외된 이웃들의 월동 준비를 돕고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행사다.

장길자 위러브유 회장은 행사에 앞서 “해마다 겨울이면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가정 등 어려운 이웃들이 힘든 환경 때문에 더욱 춥게 느낄 것 같다”면서 이들 이웃들이 정성스레 담근 김장 김치로 겨울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행사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김치를 전달받을 이웃들에게는 “힘내라”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이웃 사랑 실천

1 성남시 관계자에게 이날 담근 김치를 전달한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왼쪽).2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도 참여, 한국 문화와 나눔의 행복을 경험했다.
1 성남시 관계자에게 이날 담근 김치를 전달한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왼쪽).2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도 참여, 한국 문화와 나눔의 행복을 경험했다.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2003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올해는 2백여 명의 수원 지역 회원들과 가수, 배우 등의 스타들 그리고 미국, 캐나다, 페루, 인도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까지 약 3백 명이 함께했다. 이른 아침부터 말끔하게 준비된 앞치마와 두건을 차려입은 이들은 위생적으로 준비된 테이블 앞에 옹기종기 열을 맞춰 서서 절인 배춧잎을 한 장 한 장 펼쳐가며 정성스레 김장을 담갔다. 곱게 물든 나뭇잎이 정취를 더하는 한옥을 배경으로 내국인과 외국인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30여 명의 외국인들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대다수가 김치를 맛본 적은 있지만 직접 담그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함께 한 것은 처음이라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함께 모여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김치를 담그는 우리네 전통이 이들에게도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간 것이다.

김치 담그기가 처음인 외국인들을 위해 장길자 회장도 팔을 걷어붙였다. 해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함께 김장을 담가온 그는 우리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배춧잎 사이사이에 김칫소를 넣으며 외국인들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설명하고, 먹기 좋게 버무린 김치 한 잎을 떼어 직접 그들의 입에 넣어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맵지 않을까 걱정하던 눈빛도 잠시, 한입 가득 김치를 맛본 외국인들은 “정말 맛있어요!”를 연발해 참여자들의 어깨를 더욱 으쓱하게 했다. 주거니 받거니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는 사이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 그리고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음식에 밴 깊은 사랑의 의미는 절로 이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미국 시애틀에서 온 로렌 보우랜드 씨는 “한 잎 한 잎마다 양념 넣는 방법을 가르쳐주니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김치는 한국인의 건강을 위한 음식인데, 이것으로 힘든 상황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준다니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키이스 다비슨 씨는 “김치는 한국의 맛과 같다”며 “이렇게 참석하여 여유롭지 못한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콜롬비아에서 온 카사놈 조앤나 씨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 남을 돕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면서 “이런 행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국인 머리 휘터커 씨는 “김치를 좋아하지만 직접 담그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준비된 김칫소를 보니 재료가 정말 많이 들어가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 담그는 일에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김치가 어머니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김치를 전달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돕고자 하는 분들이 이처럼 많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미국인 제니퍼 고블 씨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김치를 많이들 사서 먹는다고 들었다”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춧잎 사이에 소를 채울 때마다 한 장 한 장 사랑을 채우는 기분이었다”면서 “새삼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


“한국의 전통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의 따뜻한 음식이 생각난다”는 미치 아길레나 주한미군적십자사 봉사국장은 “김치는 영양 많은 슈퍼 푸드로 알고 있다”며 “그런 김치를 직접 담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좋은 행사에 초대받아 기쁘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지만 온정의 손길은 늘 부족하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특별한 행사에 참여해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위러브유가 주최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는 매년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스타들도 함께한다. 수년째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가수 윤태규와 이승훈, 배우 최예진 등은 이제 베테랑 못지않은 능숙한 김장 솜씨를 뽐낼 정도다.

“늘 이맘때면 위러브유의 김장 봉사를 기다린다”는 윤태규는 “행사 날짜가 정해지면 다른 스케줄을 모두 거절하고서라도 꼭 참석하게 된다”면서 김장 나누기 행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경제가 어렵고 채소 가격이 폭등해 김장할 엄두도 못 낼 정도라는데 어려운 이웃들과 김치를 나눌 수 있어 정말 보람 있다”고
말했다. 그가 행사에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김치를 담그다 보면 어린 시절 김장을 하시던 어머니의 손길, 고향의 따스한 냄새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수 이승훈은 “매년 즐거운 잔치에 초대된 듯 행복하다”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드리는 거라 더 정성을 쏟게 된다. 행사가 끝나고 김치 통이 차곡차곡 정갈하게 쌓여 있는 광경을 볼 때마다 내가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싶은 뿌듯한 기분이 든다. 결국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도 늘어나게 된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배우 최예진은 “꾸준히 참가하다 보니 매년 함께하시는 분들과도 안면을 익히게 되었다. 행사에 올 때마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녀는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는데 사랑이 깃든 김치로 모두들 힘내시면 좋겠다”는 따스한 격려의 말도 전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 봉사에 나선 위러브유 회원들도 뿌듯한 마음으로 김장을 담갔다. 양리진 씨는 “요즘처럼 각박한 사회에서 함께 나누는 봉사를 할 수 있어 참 보람되고 기쁘다”며 “어머니 사랑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담근 김치가 이웃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당일 참여 인원 외에도 이날 행사를 위해 지방에서 정성을 모아 보낸 이들도 있다. 충북 옥천 지역 회원들이 갓, 쪽파, 미나리, 무, 배 등 신선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생오징어, 생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로 직접 김칫소를 만들어 올려 보낸 것이다.
7백여 취약 가정 월동 준비 도와


이날 담근 김치는 총 7000kg 분량으로, 행사가 열린 수원을 비롯해 성남, 안산, 화성 등지의 7백 가정에 전해졌다. 김치를 수령하러 온 각 시청 복지과 공무원들은 “올해 배춧값이 폭등해 걱정이 많았는데, 해마다 도와주어 감사하다”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취약 계층에 잘 전달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위러브유가 지난 10여 년간 사랑으로 버무린 김치는 7만220kg에 달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기쁨과 행복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성남 분당중앙공원에서 행사가 열렸다. 가벼운 눈발이 날리는 초겨울 날씨 속에 위러브유 회원은 물론 스타들과 각계각층 사회 인사들, 외국인 등 3백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서울과 경기도 일대 7백 세대의 든든한 겨울 양식이 되었다.

행사는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 가정은 물론 다문화 가정, 외국인 관광객 등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앞서 2014년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한 이집트 대학 미나스 카차우리안 교수는 “물질은 나눠주면 사라지지만 사랑은 베풀고도 나에게 남는 유일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의 사랑으로 김장을 담가 이웃을 돕는 것은 매우 뜻깊고 보람 있는 행사”라 극찬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김장 김치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김장에 담긴 나눔의 의미도 직접 체험한다.

2012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됐던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는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온 다문화 가정 주부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일에도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당시 필리핀에서 온 다문화 가정 주부 빌지니아 씨는 수년째 한국 생활을 하지만 김장 김치를 담그는 것은 처음이라며 뜻깊은 행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김치를 잘 담그지는 못해도 한국 사람들과 함께하며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어 매우 좋다”며 기뻐했다.

위러브유의 김장 나눔은 행사 개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길자 회장과 회원들은 행사가 끝나면 항상 독거노인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김장 김치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전한다.

이번 행사 이후에도 장길자 회장과 회원들은 독거노인 가정 등을 방문해 갓 담근 김치를 전하며 위로를 건넸다. 어려운 형편에도 뇌경색으로 쓰러진 친척까지 양아들로 입적해 돌보는 70대 노부부 가정, 단칸방에서 연탄을 때며 홀로 지내는 할머니 가정, 치아가 없어 음식을 믹서에 갈아서 드시는 할아버지 가정 등을 차례로 방문한 장길자 회장은 회원들이 손수 담근 김치와 함께 쌀, 반찬거리와 생필품, 난방비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김치를 통해 나누는 어머니의 사랑이 우리 이웃들에게 웃음과 삶의 희망을 전하고, 세계에 봉사와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김치를 전달받은 이웃들의 겨울이 어느 때보다도 훈훈하고 따사로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작지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기획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이지은

editor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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