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영 “특색있는 동네서점은 문화의 버팀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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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점 120년사’ 기획 이두영 대표
“1942년 서울에 서점 91곳 인구당 따져보면 지금의 倍”

 “한국의 근대 서점이 올해로 120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서점은 출판과 인쇄도 함께하면서 지식 유통 창구의 역할을 했죠. 서점이 줄고 있지만 본연의 역할에 주목한다면 제2의 중흥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서울 서점 120년사: 서울의 미래, 서점에서 발견하다’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 지역 서점의 역사와 주요 사건, 시대별 베스트셀러, 서울의 서점 지도를 선보인 자리였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두영 메타북스 대표(71·사진)는 서점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었듯이 한국 근대 서점의 이정표가 되는 시점은 1906년. 서울 중구 청계천 광교 앞에 ‘회동서관’이 생긴 때다. 현재 신한은행 광교 건물(옛 조흥은행 본점) 자리다. 이곳은 중국과 출판 교역을 하며 신소설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애국 계몽가들은 저술 활동을 통해 자주독립의 근간을 쌓고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신문물과 지식을 보급하려고 했습니다. 출판도 겸했던 경성의 서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대였지만 경성은 출판문화가 활발한 도시였어요.”

 이 대표가 일본에서 입수한 ‘경성서점명부’에 따르면 1942년 서울 시내 서점은 91곳으로 인구 1만115명당 서점 1곳이 있었다. 현재 인구 2만7830명(2015년 기준)당 책방 1곳인 점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는 “당시 문맹률이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규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한글 출판이 금지됐고 일부 서적은 폐간되는 등 출판 탄압이 이어졌다. 6·25전쟁 이후 출판 유통시장은 살아나지 못했고 출판 도매상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서점도 오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산업화 시대인 1970년대 교육열을 바탕으로 전집류가 유행하고 주요 출판사의 단행본도 인기를 얻으며 종로서적(1977년) 등 대형 서점이 등장했다. 이 대표는 “1980년대 들어 밀리언셀러의 출현과 함께 문화 수요가 커지며 교보문고(1981년), 서울문고(1988년), 영풍문고(1992년)가 들어섰다”며 “이 시대는 서울 지역 서점의 황금기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예스24(1998년), 알라딘(1998년) 등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할인 판매와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점은 다시 내리막을 걷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동네서점, 지역서점 등 특색 있는 작은 서점이 생겨나면서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점은 국민의 의식을 담고 있는 창고이자 문화가 교류되는 공간이죠. 국가의 자산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낯선 곳에 가도 서점을 마주친다는 사실만으로 외롭지 않을 때가 있어요. 북카페와 인디서점 등 새로운 시도도 해보되 서점의 전통적인 역할을 지켜나가 서점을 문화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서점#서울 서점 120년사#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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