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의 실착으로 흑 ●를 당하면서 백이 천신만고 끝에 쌓은 우세를 거의 날려버렸다. 이제 박빙의 형세에서 끝내기를 맞게 됐다.
프로 고수들도 인간인지라 자신이 둔 수의 정당성을 계속 믿고 싶어 한다. 설사 실수라 할지라도 나중에는 쓸모 있는 수라고 생각하기 쉽다. 알파고처럼 냉정하고 계산에 의한 대응을 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
최철한 9단 역시 백 ○가 아까 상황에선 비록 실수였지만 백 72라는 큰 끝내기는 남겼고 이를 꼭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백 72는 실수가 실수를 부른 전형적 사례였다. 참고 1도 백 1로 선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프로기사들의 표현으론 “거길 차지했으면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하는 곳이다. 만약 흑 2로 두면 백 3으로 뛰어드는 수가 크다. 흑이 중앙 쪽을 선수로 처리한 뒤 흑 81을 차지한 것이 컸다. 흑 77은 정수. 만약 참고 2도 흑 1로 늘어 두면 백 8까지 꽃놀이패가 생겨 흑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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