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삶들에 세상은 이토록 가혹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나, 다니엘 블레이크

하루하루 고된 삶을 서로 위로하며 보듬는 케이티와 다니엘. 영화사 진진 제공
하루하루 고된 삶을 서로 위로하며 보듬는 케이티와 다니엘.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세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두 사람의 이야기다.

 주인공 다니엘(데이브 존스)은 심장이 아파 일을 못 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매일같이 고용센터를 드나들지만 ‘점수가 모자란다’는 답변만이 돌아온다.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케이티는 정부 보조금을 받긴 하지만 끼니를 굶을 정도로 허덕인다. 도움은커녕 둘의 자존심마저 바닥에 떨어뜨린 정부 센터에서 둘은 우연히 친구가 된다. 차가운 세상을 견디게 하는 건, 사회의 도움이 아닌 서로의 온기다.

 영화는 홈리스와 노동자, 실직자를 주인공으로 사회적 영화를 만들어 온 ‘블루칼라의 시인’ 켄 로치 감독의 신작이다. 제69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의 메시지 역시 신자유주의의 대표 정책인 영국의 ‘대처리즘’을 끊임없이 비판해 온 그의 이전 작품들과 맞닿아 있다.

 주인공들은 정부 보조금 담당자와의 면담 시간에 몇 분 늦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되고,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뒤 항고하려 하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그조차도 어려움을 겪는다. 영화는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겐 ‘세상의 원칙’이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지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화나는 상황이지만 다니엘은 오히려 인간의 품격을 잊지 않는다.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주변의 이웃을 더욱 돌보고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라며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도둑질까지 한 케이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실직으로 하루아침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다니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도 스친다.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 영화는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오고, 아프게 끝맺는다.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나 다니엘 블레이크#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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