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지향하는 바가 바르지 못하면
재주가 비록 많다 하더라도
문란한 짓을 돕기에 적당할 뿐이다

췤向旣不正才藝雖多適足以助爲亂
(추향기부정 재예수다 적족이조위란)

―최한기 ‘기측체의(氣測體義)’

 
 마음이 바른 사람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있다. 일을 맡길 때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회사나 국가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의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가. 역사를 살펴볼 때 번성한 시대에는 반드시 훌륭한 신하의 뒷받침이 있었으며, 국가의 몰락에는 반드시 몰락을 재촉한 간사한 신하들이 있었다. 이는 능력과 재주의 문제가 아니다. 간사하고 아첨하는 신하는 바른 길이 아닌 흉계를 꾸며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재주를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 하겠다. 최한기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재주 있는 사람을 가려 뽑는 것은 사람을 다스리기 위함이다. 재주가 비록 많지 않더라도 정직함을 근본으로 삼는 사람은 그의 재주를 가지고서 능히 다스릴 수 있지만, 재주가 비록 넉넉하더라도 지향하는 바가 사특하고 거짓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을 다스리기는커녕 도리어 문란함만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뽑는 사람은 우선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올바른지를 살펴야 할 것이요, 재주만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 사회는 마음이 바른 사람을 길러내기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치중하는 듯하다. 소위 출세를 위해, 또 출세를 통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능력과 재주만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출세를 통해 힘을 가진 사람들은 주위의 잘못을 잘못이라 지적하며 바르게 인도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로 인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망치거나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 중에 어디 재주가 부족하거나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 있었던가. 그 뛰어난 재주를 바른 마음을 가지고 펼쳐준다면 분명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한기(崔漢綺·1803∼1877)의 본관은 삭녕(朔寧), 자는 지로(芝老), 호는 혜강(惠岡)이다. 평생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과 연구에 몰두하여 철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에까지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최한기#기측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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