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일제강점기 기업인 수당 김연수를 변호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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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日 마녀사냥’ 발간 엄상익 변호사

최근 책 ‘친일 마녀사냥’을 낸 엄상익 변호사는 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료를 모으려고 수년 동안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점을 뒤졌다”며 “일제강점기 상황을 한 페이지 쓰려고 논문과 잡지, 기행문 등 30여 개를 읽으며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책 ‘친일 마녀사냥’을 낸 엄상익 변호사는 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료를 모으려고 수년 동안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점을 뒤졌다”며 “일제강점기 상황을 한 페이지 쓰려고 논문과 잡지, 기행문 등 30여 개를 읽으며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제강점기 지주 출신 부자들은 놀면서 부(富)를 탕진한 이들이 대부분이고, 일본 유학생들은 보통 고등문관 시험 치고 군수, 법관 되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수당 김연수(1896∼1979)는 근대적 경제관념을 가지고 민족 기업을 일으켜 일본 자본과 경쟁했습니다. 선구적 기업가인 거지요.”

 삼양그룹 창업주 수당 김연수에 관한 책 ‘親日(친일) 마녀사냥’을 최근 낸 엄상익 변호사(62)를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엄 변호사의 사무실 서가에는 일제강점기 관련 연구서와 논문 등이 가득했다. 엄 변호사는 청송교도소 내 의문사 사건을 ‘신동아’에 밝히면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첫 의문사 규명을 이끈 인물이다. 대도 조세형, 탈옥수 신창원처럼 누구나 꺼리는 인물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2009년 수당의 후손들이 냈던 친일반민족행위결정 취소 청구소송도 대리했다.

 책은 엄 변호사가 변론하는 과정과 과거 김연수가 성장한 과정 및 기업가로서의 면모 등 일대기를 소설처럼 재구성해 교차시켰다. 수당이 인수한 경성방직은 조선인이 만든 조선인의 회사였다. 직원들은 조선인만 고용했고, 1923년에는 처음으로 우리 기술로 광목을 생산했다. 태극기를 변형한 모양의 태극성(太極星) 상표를 달기 위해 조선총독부보다 덜 민감한 일본 상공성에 상표등록을 하기도 했다. 수당이 상하이 임시정부 등에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는 증언도 있다.

 수당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당대의 상황을 묘사한 내용도 책에 적지 않다.

“변론을 준비하며 일제강점기를 공부할수록 여태까지 역사의 해석을 독과점한 이들의 특정 시각만 일방적으로 수신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당은 일제강점 말기 중추원 참의 등의 관직을 받는다. 이에 대해 엄 변호사는 “아예 ‘일본 사람이 되겠다’며 적극적으로 친일한 기업인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수당은 일제가 주는 관직을 억지로 받았지만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었고,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경성방직이 조선총독부에 낸 국방헌금에 대해서는 “전시에 조선총독부가 헌금을 하라고 공개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오는데 사업가로서 안 낼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한 2008년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해 이 책을 쓰는 데 8년이 걸렸다. 이유는 뭘까. “자비 출판입니다. 팔릴 책도 아니고, 이 나이에 공명심도 아닙니다. 다만 세상을 보는 시각이 자유로웠으면 합니다. 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한 색깔만 통하는 사회, 외눈으로만 보라고 강요하는 사회가 싫었어요. 학문이나 법정이 객관적 진실을 밝히는 것 같지만 자칫하면 ‘진실의 무덤’이 될 수도 있지요.”

조종엽기자 jjj@donga.com
#일제강점기#엄상익#친일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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