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송선미 지음·설찌 그림/104쪽·1만500원/문학동네
동시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들, 구름, 별, 하늘, 꽃, 강아지…. 이건 인간 고유의 특성일까요, 학습된 고정관념일까요? 도시건 농촌이건 자연과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이때에, 동시가 당연히 가져야 하는 질문이겠죠.
첫 동시집을 내는 시인이 고민합니다.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하고 말이죠. ‘하늘에 박힌 별/먼데서 흐르는 물/닭이 낳은 따끈한 알/이런 것들은 아직은 멀고/내 것이 아닌 것들’이란 고민입니다. ‘거품을 감고 얌전히 누웠는 비누를 보며 생각한다/이런 건 노래하면 안 되나’ 혹은 ‘구겨진 수건을 보다가/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 물을 보다가’도 자꾸만 생각합니다. 이런 말들로 동시가 될까요? 우리 바로 옆에 고개만 돌리면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도? 시인의 대답은 수줍지만 단호합니다.(‘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위로입니다. 책 속에는 남달리 예민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짐작되는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시인은 스스로 지나온 시간에게, 또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어린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너도 그랬던 거야?”/하는 목소리엔/외로움이 들어 있었다/나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건네는 그 말을 들었다’ 하면서요.(‘완두콩 콩깍지 우리’)
아이들은 늘 시끌벅적하다는 것도 학습된 고정관념일지 모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뎌내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지요. ‘외롭다 말하니/외로운 내가 앉아 나와 놉니다.’(‘외롭다 말하기’) 세상의 시끌벅적함에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상처받는 모든 마음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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