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은 모바일이란 새로운 플랫폼의 주도 아래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미디어 페스티벌(SMF)’은 이런 흐름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입니다.”(치홍탓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장관)
2017년 세계 미디어 시장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나갈까. 6∼9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MBS)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TV 포럼 & 마켓(ATF)’은 조금이나마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SMF의 핵심 행사 가운데 하나인 ATF는 세계 60여 개국 TV 콘텐츠 관계자들이 모이는 미디어마켓. 16회째를 맞은 올해도 미국 디즈니와 CBS방송 등 전 세계 738개 미디어업체가 참석했다.
가장 큰 관심이 쏟아진 분야는 가상현실(VR)이었다. 싱가포르나 프랑스는 아예 VR를 소개하는 부스를 따로 차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VR업체 ‘그린라이트 인사이츠’의 클리프턴 도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VR는 단순히 교육이나 게임을 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선 거실에 앉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 체험’ VR 콘텐츠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에선 전통의 강자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주목도가 확실히 컸다. 특히 포럼 ‘포켓몬 고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에는 많은 관계자가 몰렸다. 일본 후지TV네트워크의 다카 하야카와 디렉터는 포켓몬 고의 성공에 대해 “온라인 세상이 만든 최고의 변화는 콘텐츠 개발에 드는 ‘협력의 비용(cost of collaboration)’을 대폭 줄였다는 점”이라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시간, 자본이나 정부 지원 등은 매우 사소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위상을 반영하듯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국내 방송사 및 드라마·애니메이션 제작사가 89개 업체나 대거 참여했다. 8일 오전 국내 TV 드라마나 예능 포맷을 소개하는 섹션 ‘끝내주는(smashing) K-포맷이 왔다’엔 수백 명이 몰려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섹션을 진행한 영국 미디어 컨설팅업체 ‘K7미디어’의 케리 루이스 브라운 대표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예능 포맷이 많아 미리 선점하고 싶다. 소개하기 아까울 정도”라며 웃었다.
다만 이런 열기에 비해 실제 계약 체결은 살짝 아쉽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귀띔.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영일 부장은 “국내 업체들이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만 그치고 있다”며 “해외 유명 프로그램 못지않다는 호평이 쏟아지는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