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요? (중국) 정부에서 그런 지시가 내려온 적 없습니다. 한류 콘텐츠를 배제하는 분위기란 말도 처음 들어봐요.”
6일 오후 ‘아시아 TV 포럼 & 마켓(ATF)’이 열린 마리나베이샌즈(MBS)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중국미디어그룹 ‘LeEco’(옛 LeTV)의 최고제작책임자인 하오팡(학舫) 씨는 손사래부터 쳤다. 하오 씨는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며 지난해 매출 130억 위안(약 2조2135억 원)을 기록한 LeEco에서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 중국 미디어업계 핵심 관계자가 국내 언론에 한한령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오 씨는 오히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정치와 관련 없는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왜 연결짓느냐”며 “한국 드라마나 예능은 중국 젊은층에게 큰 지지를 받아 앞으로도 적극 유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eEco는 19일 KBS2에서 처음 방영되는 드라마 ‘화랑’을 선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IPCN의 리위안(李遠) 콘텐츠부문 최고경영자(CCO)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리 CCO는 “(한한령이란) 말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한국 콘텐츠나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하며 그런 측면을 고려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IPCN은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홍콩을 거점으로 해외 미디어 콘텐츠를 중국으로 들여와 공급하는 업체. 그는 “최근에도 한국 음악예능 포맷을 구입해 중국 지역방송국에 ‘기적의 청중(Miracle Audience)’이란 이름으로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허나 현장에서 만난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반응이 전혀 달랐다. 수면 위로는 한한령이 없다지만 아래론 실재하는 ‘투 트랙 전략’일 수 있단 지적이다. 한 업체 대표는 “중국 정부 산하기관에 콘텐츠를 팔기로 구두 합의했는데 지난달 갑자기 파기하고 연락도 끊어버렸다”며 분개했다. 중국 업체들과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애니메이션 업체 ‘픽토스튜디오’의 전유혁 최고경영자(CEO)는 “사드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명 이전보다 분위기가 냉랭해졌다”며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장기적 계획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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