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49>다 함께 부르는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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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춤Ⅱ’.
앙리 마티스, ‘춤Ⅱ’.
 앙리 마티스(1869∼1954) 미술은 앞선 시대의 기름진 예술 텃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동시대 미술의 영향도 받았지요. 하지만 화가의 예술은 낡은 미술 전통이나 다양한 당대 미술과 차이가 명확했습니다.

 화가는 ‘원색의 마술사’라 불립니다. 강렬한 원색을 즐겨 사용하면서 예술에서 색채 비중을 높였지요. 동시에 사물 고유의 색상 표현을 거부하고, 색채 사용의 관례에서 벗어나려 했어요. 또한 화면 전체에서 입체감을 덜어내 평면성을 강화하고, 형태의 단순화를 시도했습니다. 

 화가의 미술은 간단명료합니다. 하지만 제한된 색과 몇 개의 선이 전부인 미학적 결과물은 고단한 예술적 숙고의 산물이었습니다. 화가는 사물의 본질과 색채의 역할을 신중히 고민했습니다. 구성과 표현의 관계도 치열하게 탐문했지요. 이성과 논리를 넘어 경험과 이해에 바탕을 둔 안락의자 같은 미술을 구현하려 골몰했어요.

 화가는 하나의 주제를 형성과 소멸, 분리와 결합을 반복하는 생명체처럼 다루었습니다. ‘춤Ⅱ’가 대표적입니다. 그림은 초기작 ‘인생의 기쁨’에서 영감을 얻었지요. 그렇다고 과거 그림 일부를 무턱대고 확대한 것은 아닙니다. 이에 앞서 화가는 목탄 드로잉을 비롯해 수채화와 유화로 각각 습작을 시도했지요. 또한 등장인물의 발만 따로 연필로 그렸고, 청동상도 제작했어요.

 수정과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림 속 여성 춤꾼 몇몇은 최종 결과물에서 성별이 모호해졌습니다. 등장인물의 면면이 아니라 격렬한 춤 동작 자체를 강조하려 했거든요. 분홍빛 춤꾼들 피부색도 바뀌었어요. 군무 순간, 격정과 환희를 더하고자 배경 색과 대비가 강한 붉은색으로 춤꾼을 표현했지요.

 화가는 인간을 고정불변의 존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쉼 없이 변화한다고 믿었지요. 현실도 완결된 사건들의 집합이라 여기지 않았어요.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올 계기이자 가능성으로 간주했어요.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이어지는 그림 속 춤처럼 말이지요.

 봄에 시작한 노숙인 인문학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행사 마지막은 수료생 합창이었습니다. 입학식 때보다 한결 밝아진 표정의 주인공들 노래는 박자도 가사도 불안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시작된 합창은 객석 축하객들의 가세로 힘을 얻었습니다. 부족한 서로를 응원하며 다 함께 노래를 불렀지요. 거장의 그림 속 도약하는 인간, 약동하는 삶의 무대가 우리 현실로 확장된 듯했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앙리 마티스#춤ⅱ#원색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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