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설 등 암울한 시대 분위기 담은 작품 크게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서 드러난 응모작 흐름

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작품을 검토하는 심사위원들. 예년의 경우 기성 문인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응모작들이 적지 않았는데 올해는 독창적인 경향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작품을 검토하는 심사위원들. 예년의 경우 기성 문인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응모작들이 적지 않았는데 올해는 독창적인 경향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개인의 서정보다는 사회적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응모자는 총 1805명. 편수는 모두 5952편이다. 분야별로는 중편소설 278편, 단편소설 487편, 시 4313편, 시조 432편, 희곡 84편, 동화 235편, 시나리오 72편, 문학평론 15편, 영화평론 36편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시가 344편 늘었고 다른 부문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도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호주 모로코 등 해외 곳곳에서 이메일로 응모작을 보내왔다.

 예심에는 시인 김경주 김중일 씨(이상 시 부문), 소설가 김숨 박성원 씨와 평론가 조연정 씨(이상 중편소설), 소설가 김미월 백가흠 정이현 편혜영 씨(이상 단편소설), 영화감독 정윤수 씨와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이상 시나리오)가 참여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김경주 씨는 “시에 시대를 담으려는 목소리들이 늘었고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평했다. 김중일 씨도 “복제인간이나 인공지능 같은, 소설에선 자주 다뤘지만 시에선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소재들이 올해는 눈에 띄게 많았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은 암울한 분위기를 덤덤하게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정이현 씨는 “전에는 작품의 특정 인물이 비정규직이었던 데 비해 올해 응모작은 한 작품 안에서도 거의 모든 인물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미월 씨도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무덤덤하게 묘사하는 등 불안정한 삶을 일상적으로 그린다”고 말했다. 백가흠 씨는 “무대가 해외로 옮겨지는 등 정착되지 않는 노마드의 삶을 소설화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면서 “이마저도 어둡게 그려져 어느 곳에 가든 도피할 수 없는 시대를 비췄다”고 평했다. 편혜영 씨는 “예년에는 기성 작가의 작품 경향을 본뜬 소설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나름의 개성과 독창성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편소설을 심사한 박성원 씨는 “오지나 남극을 무대로 삼는 등 특수한 배경과 소재, 특이한 인물이 많았다”면서 “소재의 특수성에 기대서 쓰다 보면 설정에만 갇히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으니, 시대를 새롭게 보여주는 방식이 소중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숨 씨는 “유아적인 어른, 성직자와 의사의 비윤리성, 공황장애 등 소재와 주제 면에서 다채로워졌다”면서 “대체적으로 고른 수준이며 주제의식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깊이 있게 하느냐가 심사 기준”이라고 말했다. 조연정 씨도 “부부간의 불화, 실직, 부도 등 가족 서사가 눈에 띄었으며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평했다.

 시나리오를 심사한 조철현 대표 역시 “타자에 대한 증오가 눈에 띈다. 우정과 의리가 아니라 분노와 복수로 맺어진 인간관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고 말했다. 정윤수 감독은 “작품 내용이 대부분 우울하며 사회 병리에 관한 응모작이 많다”면서 “대부분 결말을 ‘힐링’으로 끝내서 사회의 아픔을 위로하려는 의도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18명을 비롯해 중편소설 6편, 단편소설 9편, 시나리오 10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내년 1월 2일자에 게재한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동아미디어센터#동아일보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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