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로미오가…” 배우 박정민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 역의 박정민(오른쪽)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연극 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샘컴퍼니 제공
로미오 역의 박정민(오른쪽)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연극 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샘컴퍼니 제공
 배우 박정민의 발견이었다. 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한 배우이지만 탁월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마치 연극 무대에 특화된 배우 같았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동갑내기 배우 박정민과 문근영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5 대 5 가르마에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줄리엣 역의 문근영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지만, 연기적인 면에선 아쉬움이 컸다. 극중 줄리엣의 나이가 10대이긴 하지만 그의 말투에선 10여 년 전 영화 ‘어린 신부’의 여고생 말투가 간간이 묻어 나왔다.

 로미오가 자신의 오빠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면과 42시간만 죽어 있는 약을 먹고 깨어났을 때 곁에서 자살한 로미오를 발견한 장면 등 줄리엣의 오열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하지만, 문근영의 연기에서 큰 울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유모인 배우 배혜선과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줄리엣보단 노련미가 느껴지는 배혜선의 연기가 더 눈길을 끌었다. 다만 출연 배우 대부분이 등장하는 무도회 댄스 장면 등에서 문근영은 특유의 귀여움과 매력적인 모습을 뽐냈다.

 박정민의 연기는 달랐다. 순간순간 깊이 몰입한 감정이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눈빛이 변하는 연기는 탁월했다. 전체적으로 연기에 안정감이 느껴졌고, 주인공으로서 중심을 잡고 조연 배우들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연기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무대에서 ‘박정민’이 아니라 ‘로미오’가 보였다.

 연출가 양정웅의 세련된 미장센 연출도 칭찬할 만하다. 박스 형태인 무대에 발코니와 등·퇴장 문, 기울어진 길 외엔 특별한 무대 세트가 없지만 고운 색감의 조명을 활용해 무대의 세련미를 더했다. 2017년 1월 15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3만3000∼6만6000원. 1544-1555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로미오와 줄리엣#박정민#문근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