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마을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파란 나무입니다. 새들은 그 나무에 집을 짓고 사람들은 그늘 아래 쉬며 모두가 파란 나무에 기대 살고 있어요. 광장에서 시작된 나무는 골목 구석구석 사람들의 집 안까지 가지를 뻗어 온 마을에 파란색이 가득합니다. 모두들 파란 나무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파란 나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가 딱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나뭇가지들이 왕궁 가까이 뻗어오고 자신의 행차마저 방해하는 걸 너무나 싫어했던 왕입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발휘해 고민 없이 나무를 잘라 버려요. 모든 사람이 광장에 나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나무는 베어지고 나무가 있던 광장 빈터에는 왕의 동상이 세워졌어요.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자의 조국인 이란의 한 작은 마을에서였어요. 그곳에 있던 몇백 년 된 고목이 잘려 나간 이유가 황당합니다. 단지 권력자의 조각상을 만들어 세우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저자는 광장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볼로냐의 중세 건축 양식들을 배경 삼아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책 속 은유가 어린아이들에게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이미지화하여 그림책으로 만들었어요. 배경 색에 대비되는 나무의 파란색만 봐도 이야기의 흐름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부당한 권력의 횡포, 자유와 평화, 정의 수호 등의 개념은 아이 때부터 몸으로 익혀둬야 하니까요. 그런 일이 꼭 이란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파란 나무는 정말 완전히 사라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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