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받은 9억5000여만 원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은 데다 두 사람은 일반적인 친구 사이를 넘어 ‘지음(知音)의 관계’란 게 그 이유다. 지음은 중국 춘추시대의 거문고 명인 백아가 자기의 ‘소리를 알아준’ 벗 종자기가 죽자 자신의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온다. 이 판결대로라면 사람들은 이제 뇌물을 주고받는 걸 비난할 게 아니라 김 대표 같은 친구를 두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만 한다. 젠장!
‘젠장’은 뜻에 맞지 않거나 불만스러울 때 혼자서 하는 욕이다. ‘제기 난장’의 준말이다. ‘제기’는 ‘제기랄’이고, 난장(亂杖)은 조선시대에 매로 몸 전체를 마구 때리던 고문을 말한다. 난장이 ‘치다’ ‘맞다’와 호응해서인지 사전엔 ‘난장칠’ ‘난장맞을’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한데 이상하다. 언중은 너나없이 사전에도 없는, ‘제기랄, 난장을 맞을’의 준말인 ‘젠장할!’을 입길에 올린다. 입말에서 멀어진 ‘난장칠’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젠장할’을 표제어로 삼는 걸 검토할 때가 왔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이 상할 때 하는 ‘빌어먹을!’이란 욕도 있다. 많은 이가 ‘빌어먹다’는 구걸의 뜻으로, ‘비러먹다’는 욕으로 알고 쓰지만 우리 사전은 ‘빌어먹다’만을 인정한다. 그래 놓고선 ‘빌어먹다’엔 ‘남에게 구걸하여 거저 얻어먹다’라는 뜻풀이뿐이다. ‘빌어먹다’에 ‘화가 나서 혼자서, 또는 어떤 대상을 욕할 때 쓴다’는 뜻풀이를 추가해야 한다. ‘배라먹다’도 있는데, ‘빌어먹다’와 뜻이 같다. ‘비럭질’은 구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인마’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욕이다. 친한 사이엔 친근감마저 준다. ‘임마’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인마가 옳다. ‘이놈아’의 준말이기 때문. 우리말에서 한 낱말이 줄어들 때는 사라지는 말의 첫소리가 앞말의 받침으로 들어가고, 끝소리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다. ‘이놈아’에서 ‘놈’의 첫소리 ‘ㄴ’은 ‘이’의 받침으로 들어가고, ‘놈’의 끝소리 ‘ㅁ’은 뒷말의 첫소리로 넘어가 ‘마’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야 이놈아’의 준말은? 얌마가 아닌 ‘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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