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있다. 나의 2016년은 어땠는지 돌아보며 마무리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후회되는 게 있는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이루었는지 생각해 본다.
2016년은 뜻깊은 일들이 많이 생겨난 해다.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작은 일에 성심을 다하다 보니 경험이나 노하우가 생기고 여러 기회도 많이 생겼다. 때로는 이런 걸 힘들게 해야 할까 하면서도 하고 나면 개운해지고 더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인연을 맺었다. 주위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사랑도 받았다. 물론 작지만 다른 분들에게 도움도 주었고 나의 가족과도 더 돈독하게 지낼 수 있는 일이 자주 있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따뜻한 마음도 생기고 반짝이는 트리를 보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
서울에서 살아갈 당시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가 서울까지 올라와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옥탑방 쪽방에서 쓰디쓴 소주 한잔에 연말을 맞이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왜 그리 서럽고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만 같았는지…. 외롭고 또 외로웠었다. 광장의 커다란 트리도 볼 새 없이 바쁘게만 걸어 다녔던 젊은 시절의 연말은 추울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곳에선 추억도 별로 남는 게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분 탓인지, 고향이어서 그런 건지 이제 연말은 따뜻하고 보람된다. 나이도 있고 가정도 있고 부모님같이 나를 포용해주는 고향 땅은 내 연말을 그때보단 훨씬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이곳 전주시장 청년몰에 들어와서는 더욱 그렇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다른 가게들과 연합해서 파티도 열어보고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단골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대접하는 자리도 가졌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하며, 계획도 세워보고 소원도 빌어본다. 앞으로 어떤 손님들이 나를 찾아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줄까. 앞으로 어떤 과제가 내 앞에 떨어져 적당한 스트레스를 줄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뭐든 덤비기만 해라. 모조리 풀어줄 테니까’라는 맘도 든다. 다른 한편으론 그냥 편안한 한 해가 되었으면 싶기도 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러면 저러고 싶고, 저러면 이러고 싶고 한 가지에 만족하기란 참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2017년은 더 나아가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적당한 과제가 있는 바쁜 한 해이길 원해 본다. 다른 이들도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발전되고 나아지길 기원해본다.
―김은홍
※필자(42)는 서울에서 일하다가 전북 전주로 내려가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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