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재즈와 결합한 우리의 소리, 세계 재즈팬 귀 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내년 가을 獨음반사 ECM서 앨범 내는 한국 재즈그룹 ‘엔이큐’
한국인 재즈 음반으론 세번째… 해외협연 없이 자력 녹음은 최초

재즈그룹 엔이큐(The NEQ)는 “돈벌이 대신 새 음악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재미에 취해 여기까지 왔다”고했다. 왼쪽부터 정수욱, 서수진, 손성제, 김율희.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재즈그룹 엔이큐(The NEQ)는 “돈벌이 대신 새 음악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재미에 취해 여기까지 왔다”고했다. 왼쪽부터 정수욱, 서수진, 손성제, 김율희.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엔이큐(The NEQ)가 한국 재즈 그룹으로는 최초로 독일의 세계적인 음반사 ECM에서 앨범을 발표한다.

 한국 재즈 음악가가 해외 연주자 협연 없이 ECM에 자력으로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ECM이 실황 아닌 정규 앨범을 아시아에서 녹음하는 것 역시 최초다. 춘향가, 심청가, 남도민요 선율이 전 세계 재즈 팬들의 귀로 전파된다. 내년 가을 전 세계 동시 발매 예정이다.

 2008년 결성된 엔이큐는 손성제(색소폰, 클라리넷), 정수욱(기타), 서수진(드럼), 김율희(소리, 징)로 구성된 4인조 그룹. 모던 재즈와 국악을 화학적으로 결합해낸다. 지난해 낸 2집으로 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음반상을 받았다. ECM은 1969년 설립돼 키스 재럿, 팻 메시니 등 거장들이 명연을 발표한 현대 재즈의 대표 명가다.

 한국 음악가의 ECM 재즈 음반 발매는 이번이 세 번째다. 보컬 신예원이 해외 건반연주자와 작업한 솔로 앨범(2013년), 김덕수 사물놀이가 오스트리아 그룹 ‘레드선’과 합작한 앨범(1995년)을 냈다. 엔이큐의 음반은 한국 음악가들만의 연주로 채워져 발표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녹음은 19∼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스튜디오 ‘스트라디움’에서 진행됐다. 22일 녹음현장에서 만난 엔이큐 멤버들은 “ECM 데뷔는 대단한 영예”라며 “최선을 다해 녹음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재즈 연주자들의 몽환적 공간감이 느껴지는 즉흥연주 위로 김율희의 ‘갈까부다∼’ 하는 창이 겹쳐졌다. 김율희는 “춘향가 중 이별가, 심청가 중 아버지 그리워하는 대목, 남도민요 중 상주함창, 뱃노래의 선율과 가사를 응용해 연주에 녹여냈다”고 했다.

 음반 계약은 ECM의 한국인 프로듀서 정선이 엔이큐의 음악을 ECM 설립자 겸 대표 만프레트 아이허에게 들려준 뒤 성사됐다. 5월 엔이큐 리더 손성제가 독일 뮌헨에 건너가 아이허와 직접 미팅한 뒤 확정됐다. 이날 녹음을 총괄 지휘한 정선은 “베이스 없는 재즈 트리오에 한국 전통 소리가 결합되는 편성이 흥미롭고 음악도 뛰어나다. ECM의 유일한 기준은 ‘마음에 정직한 음악’”이라면서 “스트라디움 스튜디오의 음향도 뛰어나 음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엔이큐는 여타 퓨전국악 밴드들과 자신들의 음악 사이에 선을 그었다. 손성제는 “나와 정수욱이 연주곡의 얼개를 먼저 짠 뒤 마치 힙합의 샘플링처럼 거기 어울릴 국악 가창 곡을 택해 (김)율희 씨에게 해석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곡을 만든다”고 했다. 서수진은 “국악 장단은 참고만 하되 차용하지 않았다”고, 김율희는 “판소리나 민요를 가져오되 창법은 달리했다”고 했다.

 정수욱은 “중국, 일본도 저마다 전통을 재생산하는 음악이 나오는데 인파로 붐비는 이곳 이태원만 봐도 국악의 ‘국’ 자를 찾기 힘들다”면서 “독특한 향기의 고수에 점점 중독되듯, 모던 재즈와 국악 요소를 결합해 우리 음악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통로를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부터 첫걸음을 떼면 다음 세대 연주자들은 세계적으로 정말 큰일을 내지 않겠어요?”(정수욱)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엔이큐#모던재즈#한국 재즈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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