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첫 에세이집 ‘접빈’ 펴낸 미쉐린 선정 ‘큰기와집’ 한영용 대표

큰기와집 한영용 대표는 기자가 도착하자 차부터 내놓았다. 돌로 만든 주전자, 은으로 만든 국자, 골동품 찻잔 등으로 천천히 차를 내는 과정이 접빈을 맞는 의식처럼 여겨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큰기와집 한영용 대표는 기자가 도착하자 차부터 내놓았다. 돌로 만든 주전자, 은으로 만든 국자, 골동품 찻잔 등으로 천천히 차를 내는 과정이 접빈을 맞는 의식처럼 여겨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수많은 만남 중 우리는 평생 몇 번이나 진실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내게 있어 그러한 깊은 만남이라면 어떤 인연의 모습들이 있을까?’

 최근 발표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전통 한식으로 유일하게 선정된 간장게장 전문점 ‘큰기와집’(별 1개)의 한영용 대표(47)가 첫 에세이 ‘한영용의 접빈’(사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차(茶)로 시작된 인연을 접빈(接賓)으로 모시며 다회를 연 이야기를 담았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 이후 한 달여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큰기와집에서 그를 만났다.

 “선정 이후 외국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식당을 방문하고 있어요. 부담도 되고, 한국의 맛을 잘 알려야겠다는 의무감도 들어요.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딴 열매이기 때문에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약이 되는 밥상 이야기’ ‘시집가는 날 아름다운 혼례 음식’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등 음식 관련 책은 몇 권 썼지만 에세이는 처음이다.

 “50세를 앞둔 지금이 제 인생과 음식 인생 30년을 돌아볼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깝게 모셨던 인생의 스승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일지암 법인 스님, 임권택 감독, 차계의 원로 고세연 선생, 전명진 원불교 교무, 이시형 박사, 고은 시인,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 류건집 전 원광대 석좌교수, 가수 장사익 등 12명의 ‘접빈’이 등장한다.

 “젊었을 때부터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관계가 좋았어요. 가까이 지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분들의 삶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분들이 가르쳐주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르침이 스며들었어요.”

 책에서는 접빈들과의 인연과 교류, 한 씨 자신의 얘기를 풀어냈다. 아울러 그가 접빈들을 위해 마련한 다회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 음식 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세상에서 최고의 만찬은 다회입니다. 다회는 그릇, 음악, 의상, 그림, 꽃 등 모든 것을 하나의 주제로 통일시켜 만들어냅니다. 만약 주제가 흰 눈이라면 눈이 연상되는 음식, 겨울 풍경의 그림, 흰 꽃 등을 준비하는 것이죠.”

 그는 인생에서 ‘좋은 인연과 좋은 차를 마시며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

 “요즘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연만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세상 누구와도 인연을 맺을 수 있지만 맺어진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차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맺은 여러 인연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접빈#한영용#큰기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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