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기와집 한영용 대표는 기자가 도착하자 차부터 내놓았다. 돌로 만든 주전자, 은으로 만든 국자, 골동품 찻잔 등으로 천천히 차를 내는 과정이 접빈을 맞는 의식처럼 여겨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수많은 만남 중 우리는 평생 몇 번이나 진실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내게 있어 그러한 깊은 만남이라면 어떤 인연의 모습들이 있을까?’
최근 발표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전통 한식으로 유일하게 선정된 간장게장 전문점 ‘큰기와집’(별 1개)의 한영용 대표(47)가 첫 에세이 ‘한영용의 접빈’(사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차(茶)로 시작된 인연을 접빈(接賓)으로 모시며 다회를 연 이야기를 담았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 이후 한 달여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큰기와집에서 그를 만났다.
“선정 이후 외국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식당을 방문하고 있어요. 부담도 되고, 한국의 맛을 잘 알려야겠다는 의무감도 들어요.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딴 열매이기 때문에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약이 되는 밥상 이야기’ ‘시집가는 날 아름다운 혼례 음식’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등 음식 관련 책은 몇 권 썼지만 에세이는 처음이다.
“50세를 앞둔 지금이 제 인생과 음식 인생 30년을 돌아볼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깝게 모셨던 인생의 스승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일지암 법인 스님, 임권택 감독, 차계의 원로 고세연 선생, 전명진 원불교 교무, 이시형 박사, 고은 시인,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 류건집 전 원광대 석좌교수, 가수 장사익 등 12명의 ‘접빈’이 등장한다.
“젊었을 때부터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관계가 좋았어요. 가까이 지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분들의 삶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분들이 가르쳐주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르침이 스며들었어요.”
책에서는 접빈들과의 인연과 교류, 한 씨 자신의 얘기를 풀어냈다. 아울러 그가 접빈들을 위해 마련한 다회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 음식 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세상에서 최고의 만찬은 다회입니다. 다회는 그릇, 음악, 의상, 그림, 꽃 등 모든 것을 하나의 주제로 통일시켜 만들어냅니다. 만약 주제가 흰 눈이라면 눈이 연상되는 음식, 겨울 풍경의 그림, 흰 꽃 등을 준비하는 것이죠.”
그는 인생에서 ‘좋은 인연과 좋은 차를 마시며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
“요즘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연만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세상 누구와도 인연을 맺을 수 있지만 맺어진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차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맺은 여러 인연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