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는 귀를 지키며 A의 급소를 엿보는 일석이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급한 전장에서 벗어난 한가한 수였다. 지금은 허약한 하변 흑 4점의 안전부터 챙겨야 했다. 이때 백이 참고 1도 1의 급소를 찌르며 공격하면 15까지 단숨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백의 다음 수가 검토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백 30. 아무리 유연한 기풍을 가진 홍기표 4단이라도 참고 1도를 놓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재빨리 흑 31로 지키자 백의 손에 거의 들어왔던 ‘우세’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이창호 9단도 이 대국에서 유난히 서두르고 있다. 흑 ○도 그렇고, 흑 33도 쓸데없는 손찌검. 참고 2도 흑 1(실전 35)로 그냥 뛰어 두고 나중에 ‘가’로 깊숙이 쳐들어가는 수를 노려야 했다. 백 34가 놓이자 공연히 백 모양만 단단하게 굳혀 준 셈이다.
하변 접전은 쌍방 실수로 큰 변동 없이 지나갔고, 다시 포석이 전개됐는데 갑자기 흑 41로 젖힌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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